아무튼 사람
세상에나!
해가 뜨려면 아직도 먼 새벽이다.
해안가를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완만한 곡선의 인간띠를 이루고 있었다.
제각기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며
합장하듯 서 있는
사람들의 움츠린 등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해졌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 끝을 모르는
첨단 문명의 시대에 살면서도
애니미즘에 기대는 인간의 무구함이라니...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원초적인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다들 무슨 소원들을 품고 여기에 와 있을까?’
해는 천천히 둥글고 환한 빛을 비추며
저마다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저를 보고 힘내요! 환하게 웃어요!”
소리치며...
혼돈과 불안, 참담함과 비통함으로 얼룩진 마음에
환하고 따스함의 생기를 주입받는 듯하다.
‘그래!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말에 또다시 기대어본다.
해맞이 아침 풍경은 사람 사는 냄새로 그득하다.
차가운 날씨에 동동동 발을 구르고
손난로와 따스한 차로 추위를 녹이며
가족의 평온함을 기원하는 순한 사람들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무탈해야 해! ' 덕담을 주고받는 사람들
해맞이 영상을 가족들에게 전송하는
다정다감한 사람들
사람의 온기가 물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아차! 나도 소원 빌어야지.'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무안참사 한 유가족의
후회와 비통함으로 빚어진 마지막 인사말이
내 가슴에 쿵하고 닿아
며칠채 곱씹고 또 곱씹고 있다.
“해님, 저는 죽는 날까지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소원을 비는 대신
되려 약속 하나를 선뜻하고 말았다. 헤헷
'꼭 실천하겠습니다.'
다짐 하나와
노오랗고 밝은 해님 하나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