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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Jan 03. 2025

사람 풍경(25년 해운대 해맞이)

아무튼 사람

세상에나!

해가 뜨려면 아직도 먼 새벽이다.


해안가를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완만한 곡선의 인간띠를 이루고 있었다.



제각기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며 

합장하듯 서 있는 

사람들의 움츠린 등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해졌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 끝을 모르는 

첨단 문명의 시대에 살면서도



애니미즘에 기대는 인간의 무구함이라니...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원초적인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다들 무슨 소원들을 품고 여기에 와 있을까?’

 



   


해는 천천히 둥글고 환한 빛을 비추며

저마다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저를 보고 힘내요!  환하게 웃어요!”

 소리치며...


혼돈과 불안참담함과 비통함으로 얼룩진 마음에

환하고 따스함의 생기를 주입받는 듯하다.

  


‘그래!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말에 또다시 기대어본다.   

     




해맞이 아침 풍경은 사람 사는 냄새로 그득하다.  


차가운 날씨에 동동동 발을 구르고 

손난로와 따스한 차로 추위를 녹이며 

가족의 평온함을 기원하는 순한 사람들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무탈해야 해! ' 덕담을 주고받는 사람들


해맞이 영상을 가족들에게 전송하는

다정다감한 사람들


사람의 온기가 물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아차! 나도 소원 빌어야지.'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무안참사 한 유가족의 

후회와 비통함으로 빚어진 마지막 인사말이 

내 가슴에 쿵하고 닿아 

며칠채 곱씹고 또 곱씹고 있다.



“해님, 저는 죽는 날까지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소원을 비는 대신

되려 약속 하나를 선뜻하고 말았다. 헤헷

    


'꼭 실천하겠습니다.' 

다짐 하나와 


노오랗고 밝은 해님 하나를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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