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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Aug 21. 2024

애매한 날

누폰음1

하뮤하뮤: 안녕하세요. ‘누워서 폰으로 음악 하기’ 줄여서 ‘누폰음’ 시간입니다. 앞으로 함께 해주실 고닭님을 모셨어요. 먼저 자기소개해주실까요?


고닭: 안녕하세요. 누워서 음악 하는 사람인데요, 홈레코딩으로 음반 내는 게 취미입니다. 가끔 클럽에서 연주도 하고요.


하뮤하뮤: 네, 반갑습니다. 고닭님이 방구석에서 만든 음악을 들려주신대요. 부담 없이 저희가 아무 말하는 거 편안하게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장마가 끝났나 싶더니 어제 번개 치는 거 보셨어요?


고닭: 네. 자려고 누우니까 번쩍번쩍, 쾅쾅 이러더라고요.


하뮤하뮤: 비가 오면, 사람들 평소에 눌러두었던 감성이 나오는 것 같지 않아요?


고닭: 아, 그건 감수성이 수성이라서 그렇습니다. 즉 물에 녹기 때문에


하뮤하뮤: 오, 수성. 그렇군요. 그래서 오늘 가지고 오신 곡은?


고닭: <애매한 날>입니다. 비가 온 뒤 흐림, 아니면 흐린 뒤 비 옴, 그것도 아니면 그냥 찌푸린 날 있잖아요.


하뮤하뮤: 네. 있죠, 비가 오니 짬뽕을 먹으려 했는데 비가 그쳐서 짜장면으로 갈아타야 할까 고민되는 날.


고닭: 맞아요. 우산을 들고 가야 하나, 장화를 신어야 되나 고민되는 날이요. 그런 날에 대해 쓴 곡입니다.


하뮤하뮤: 가사 한번 읽어볼까요?


비가 올 것 같은 뿌연 날에

늘 안개가 낀 머릿속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두 손을 모으고 다이빙


팔을 모았다가 물살을 갈라

다리를 접었다 펴내며

잔뜩 움츠린 어깨를 뻗어

주욱 미끄러져 글라이딩


휘발되는 시간을 손에 쥐고

깨끗한 천하나 꺼내네

전생 같은 시간을 놔주며


비가 올 것 같은 뿌연 날에

늘 안개가 낀 머릿속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두 손을 모으고 다이빙


하뮤하뮤: 다이빙, 글라이딩이라는 단어가 나오네요. 수영 좋아하세요?


고닭: 수영 영법은 그렇게 자신 있는 건 아닌데 물에서 노는 것은 언제나 좋죠. 이 곡 만들 때 친구들이 수영에 미쳐있어서 그 떠올리며 가사를 썼어요.


하뮤하뮤: 휘발되는 시간과 천은 무슨 뜻인가요?


고닭: 지난 시간들이 공기 중에 날아가 흩어져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기록도 안 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머릿속은 늘 안개가 낀 것 같고요. 그래서 천 하나를 샥 꺼내서 깨끗하게 닦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봤습니다. 해변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유리알을 주워본 적 있으세요? 깨진 유리조각이었던 것이 파도와 모래에 깎여 유리알이 되죠. 우리의 기억도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뮤하뮤: 파도와 모래에 마모되고 둥글어진 유리알말이죠? 갑자기 바다 가고 싶네요. 들어볼까요?


고닭: 아 링크 이렇게 거는 게 맞나..

https://youtu.be/Q2FtXkleJwE?si=5vxo3X_wOrOUE0gy


하뮤하뮤: 네. 잘 들었습니다. 찌뿌둥한 몸에 나이론기타 소리가 마치 원적외선을 쬐는 듯하군요.


고닭: 시간의 무늬를 그리며 엮어내는 여러분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저는 사실 응원봇입니다.


하뮤하뮤: 고닭님 사실, 하고 싶은 말 더 있죠? 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방구석계의 박찬호…


고닭: 다음을 기약하고 방송 종료하죠. 사실은 같은 자세로 누워있어서 허리가 좀 아파요. 모두들 좋은—


하뮤하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래서 짬뽕 드실 거예요? 짜장면 드실 거예요?)


고닭: (떡볶이 먹을 겁니다.) 다음 누폰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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