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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뮤하뮤 Aug 28. 2024

비밀번호의 흔적

누폰음 2

하뮤하뮤: 안녕하세요! 누폰음 두 번째 시간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고닭: 안녕하세요! 저야 뭐 늘 똑같이 누워서..


하뮤하뮤: 처서매직 처서매직 하더니 진짜 약간 영향 있는 것 같죠?


고닭: 네.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데 밤공기가 안 끈적거려서 놀랐습니다. 습도만 좀 낮아져도 살만하네요.


하뮤하뮤: 그래도 오늘 해는 상당히 뜨겁던데요? 아직 에어컨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고닭: 아직 여름이 작별인사할 날까지는 멀었죠. 뭐.


하뮤하뮤: 그나저나 오늘 왜 유난히 더 피곤해 보이실까요?


고닭: 그건 어제도 헤맸기 때문입니다.


하뮤하뮤: 어딜 헤매셨는데요?


고닭: 내가 설정한 비밀번호의 숲이요. 하뮤하뮤님은 비번 잘 찾으십니까?


하뮤하뮤: 앗, 저도 사실은 자동로그인 해놓고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고닭: 저만 그런 건 아닌 거죠? 내가 설정했지만 비번을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야 하는 사람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하뮤하뮤: 그 메모장이나 톡서랍 같은데 보관을 하시면 어떨는지?


고닭: 신경 써서 적어 놓는다고 하는데도 늘 그런 일이 벌어져요. 저에게는.

아이디조차 기억 못 할 때가 많고, 그러다 보면 인증을 해야 하죠. 핸드폰 문자 인증이요.

그걸 한 2번은 해야지 아이디를 찾고,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는 한 5번을 핸드폰 번호, 이메일을 팔아남기고 결국에는 새로운 패스워드를 설정하죠. 그리고 새로운 비밀번호를 어디에 적어놓는데 그걸 또 까먹는다는 스토리입니다.


하뮤하뮤: ㅋㅋㅋ좀 심하신대요? 비밀번호 찾는 모습이 도토리를 여기저기 묻어놓고 못 찾는 다람쥐 같기도 하네요.


고 닭:그렇게 귀여운 동물에게 비유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래도 비번을 못 찾을 때 그 자괴감 장난 아니던데 다람쥐도 나만큼 괴로울까? 자신이 숨겨놓은 도토리를 못 찾을 때..


하뮤하뮤: 그래서 오늘 소개해주실 곡은 뭘까요?


고닭: 비밀번호의 흔적이라는 곡입니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비밀번호를 찾는 것에 쓰는 사람에 대한 노래예요. 매일 비번하나를 기억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괴감을 느끼는데, 타임리완이드라도 해서 과거의 나에게 찾아가 물어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수없이 범람하는 정보 과잉 시대에 내 것 하나 찾지 못해 혼란의 바다를 표류하는 사람들 흑흑


하뮤하뮤: 네, 제가 가사 한번 읽어볼게요.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쓰며 인생을 낭비하지

그 시간의 대부분은 패스워드

a.k.a 비번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기는커녕 핸드폰 번호

개인정보를 팔아넘겨 일주일에도 인증번호를 몇 번을 받는지

나는 쓰레기가 아닐까 자괴감에 몸부림쳐

인증번호를 다시 받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팔며

도대체 비번을 뭐라고 설정했냐 뭐라고 했길래

밤 1시까지 비번을 못 찾냐고

진짜 우리의 문제는 뒤로 뒤로 뒤로 뒤로


아, 이런 가사군요. 일단 노래를 들어볼까요?


고닭: 네. 편하게 들어주세요.

https://youtu.be/kNgvbCMW3zE?si=EEPRtWJQ_WgWPMqR

<고닭-비밀번호의 흔적>



하뮤하뮤: 잘 들었습니다. 뭔가 라틴풍 냄새가 솔솔 나는데요? 이건 랩인가요 노랜가요?


고 닭:.....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일어나 앉으며). 진짜 우리의 문제가 뭔지 알아요? 이런 사소한 장벽에 부딪혀서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를 뒤로 미루게 된다는 거. 자신의 설정한 비번 때문에 전의를 상실하고 마계의 입구에서 입구컷 당하는 전사 같달까


하뮤하뮤: ㅋㅋㅋㅋㅋㅋㅋ용맹하게 갑옷을 떨쳐입었지만 입구컷당하는 전사라니.

고닭님 부디 비밀번호와 원만한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고닭: 네, 감사합니다.


하뮤하뮤: 그러면 이제 슬슬-


고닭: 네, 여러분들의 비밀번호에 심심한 위로와 안녕을 빕니다. 아디오스


하뮤하뮤: ㅋㅋㅋㅋㅋ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음 누폰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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