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단한 소명을 갖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태양 주변을 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낮이 가면 밤이 온다.
의미는 없다. 그저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인간도 자연법칙에 따라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일 뿐이다.
그 어떤 존재도 의도나 의미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삶의 혼란은 시작된다.
의미 없이 태어났을 뿐인데 태어나면서부터 크게 될 거라는 부모충족적 예언을 듣는다.
주변의 기대와 바람은 그것이 내 운명인 듯 의식 깊은 곳에 각인된다.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이라는 투자는 반드시 갚아야만 하는 부채가 된다.
부모의 투자에 가성비 떨어지는 자식이 될까 봐 삶은 늘 불안하다.
사람들 모두 말한다. 세상이 원래 그런데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타인을 위해 갈아 넣은 삶의 조각을 끌어모아 이것이 그의 성취이며 힘들게 찾은 인생의 정답이라며 너절하게 늘어놓는다.
원래 그런 것은 자연뿐이다.
그저 순리에 따라 움직일 뿐인 세상에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자의식이라는 저주에 걸린 인간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어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원래 그러한 나의 내면이 말하는 의미를.
그러나 배운 것은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법일뿐, 내 진심을 찾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아무리 찾아 헤맨 들 진짜 나의 속을 알 수는 있을까.
잠깐의 기분전환이 진심이라 착각도 했다.
성공한 사람이 하는 말처럼 소중한 나의 진심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믿었다.
그토록 찾아 헤맨 파랑새는 집에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햇빛 찬란한 바다를 찾아 떠났지만
결국 내가 떠나온 곳이 가장 빛나는 바다였다는, 은유인 줄 알았던 동화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