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피곤하다.
책을 읽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포크로 물을 퍼마시는 기분이다.
커피와 초콜릿이 기운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먹어본다.
30분이 지났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다.
쓰린 위장과 텁텁한 혓바닥만 신경 쓰인다.
정신이 멍하니 몸도 둔해진다.
오후에 거래처 담당자와 커피를 마시다 컵을 넘어뜨렸다.
몇 모금 안마신 그란데 사이즈였다.
다행히 내 쪽으로 쏟았다.
이런 일은 꼭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었을 때 일어난다.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서 옷을 빨아본다.
얼룩은 많이 사라졌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남아 있다.
이럴 때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위로가 된다.
젖은 옷은 에어컨 바람에 금세 말랐다.
마르고 나니 얼룩이 좀 더 선명해졌다.
물처럼 투명한 커피가 있으면 어떨까.
그런 커피가 있어도 나는 검정 커피를 마실 거다.
와이셔츠와 러닝셔츠에서 커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낮에 각성하려고 마신 커피는 밤이 돼야 제 할 일을 한다.
오늘밤도 깊은 잠을 자기는 글렀다.
내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세번째 커피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