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리궁상조

끼리끼리 만난다

by 똠또미
가족은 아닙니다만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


주변에 보면 나와 비슷한 성격, 나와 비슷한 행동,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은 꼭 한 명씩은 있을 거다.

다르면 다른 점에서 재미를 찾기도 하겠지만 다른 것을 맞춰가는 건 사회생활에서 진저리 나게 해 봤기 때문에 친구관계라도 차라리 좀 속 편하게 나와 맞는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너무 똑같으면 종종 싸움도 일어나고, 내가 보이기 싫은 마음까지도 들킬 때도 있지만 그래서 말 안 해도 다 알아줄 거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친한, 그러면서도 가족은 아닌 그런 친구들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말, 학회장으로 선발되어서 대의원회에 참석했다.

기강을 잡는답시고 매일 말도 안 되는 행렬 연습과 장기자랑, 회식 등 다양한 행사에 불려 다녔다.

서로 각 과를 대표한다고 모였지만 너무 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색함을 느끼며 나와 맞는 에너지의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나와 잘 맞는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었다. 춤 좋아하고, 사람 즐겁게 해 주고, 고민을 나누면 이해를 해주는 그 친구. 가족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다르겠지만 가족의 아픔이 있는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 친구와 나는 굉장히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당시 연기과에 재학 중이라 연습이 많아서 행사나 회의에 자주 가지 못해도 행사나 회의의 내용을 알려주고, 오랜만에 회의실에 들어가도 먼저 챙겨주던 그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이 사귄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던 친구와 함께 조용하지만 불같은 성격의 두 명을 소화전처럼 잠재워주는 친구,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경험하며 새롭게 친해진 친구.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친구들이 되었다.


KakaoTalk_20240703_230608868.jpg 2019.02월 어느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만나서 과거 얘기, 사는 얘기, 힘든 얘기, 즐거운 얘기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친밀해지자 우리는 친구를 넘어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늘 뭐든 함께 나누었다.


너무 친밀해지면 문제가 생기는 걸까.

친밀해지면 다 받아줄 거라는 생각에 종종 상처되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잘못되었음을 알면 사과도 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미숙한 나는 사과를 잘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상처가 되는 말임에도 나만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친구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았다. 한 명은 상처를 받고, 다른 한 명은 상처받은 마음을 풀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며 우리는 벽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친밀했던 우리는 힘들면 결국 다시 서로에게 마음을 터 놓았던지라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서로를 찾아왔다. 왜 그때 기분이 나빴는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등등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알자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더 알게 된 만큼이나 서로를 존중해 주며 적당한 거리를 두기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았고, 티 내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 서로의 기분이 상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화해하는 타이밍도 알게 되었으며 연락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가장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고, 그 울타리가 가족이 되지 않자 우리는 가족처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모든 것을 나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100가지의 꿈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친구들이 되었다.


하지만 늘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인지라 마음이 맞지 않고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그렇듯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각자 이 모임에 쏟는 마음이 다르고, 생각이 달랐다.


행복함의 우선순위가 달랐고 생각도 달랐으며 우리는 직업도, 가정환경도, 말투도 달랐다. 그렇게 다른 우리가 모두 똑같다고 느끼며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온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큼 다른지를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 되어버렸다.


깨닫고 난 바를 이야기 하면 됐지만 그러지 못하자 지금까지 쌓아온 추억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가 되자 이 모임에도 분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분열에 화가 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KakaoTalk_20240703_230608868_01.jpg 4명 모두 털어놨던 여행 / 다시 이런 날이 올까 하면서도 처음 갔던 여행만큼 강렬한 여행은 없다


하지만 나도 어느 순간 성장한 것인지 이런 배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의 분열 안에서 우리 둘 사이를 이어주려는 또 다른 친구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고, 나만 상처받았다고 느꼈지만 내가 상처 준 그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서로 다른 피를 가졌기 때문에 가족이 될 수 없다.


지지리 궁상을 떨며 보내온 지금의 추억을 가진 친한 친구였지만 그 친함의 기준은 다르며, 나만의 고집으로 이어온 관계 방법을 새롭게 깨닫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궁상은 떨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궁상을 떠는 시간에 쏟은 마음도 모두 다르다. 더 마음을 쓴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누가 더 마음을 쏟았냐는 잴 수 없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내가 이 궁상을 더 떨고 싶은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잘생긴 아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는 멋진 내 친구야 넌 여전히 멋지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야. 나에게 가족은 짐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바꾸어 준 고마운 존재야. 그리고 늘 화가 많지만 속은 따뜻하고 여린 친구야. 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예쁜 사람이야. 마지막으로 이 말을 듣지 못할 친구야. 시간은 답이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모든 것들은 때가 있기도 하다고 생각해. 네가 돌아 올 둥지가 튼튼하기 위해서 너도 솔직히 머물다 가주었으면 좋겠어. 다들 많이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