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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Jul 03. 2024

지지리궁상조

끼리끼리 만난다

가족은 아닙니다만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만난다.


주변에 보면 나와 비슷한 성격, 나와 비슷한 행동,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은 꼭 한 명씩은 있을 거다.

다르면 다른 점에서 재미를 찾기도 하겠지만 다른 것을 맞춰가는 건 사회생활에서 진저리 나게 해 봤기 때문에 친구관계라도 차라리 좀 속 편하게 나와 맞는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너무 똑같으면 종종 싸움도 일어나고, 내가 보이기 싫은 마음까지도 들킬 때도 있지만 그래서 말 안 해도 다 알아줄 거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친한, 그러면서도 가족은 아닌 그런 친구들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말, 학회장으로 선발되어서 대의원회에 참석했다.

기강을 잡는답시고 매일 말도 안 되는 행렬 연습과 장기자랑, 회식 등 다양한 행사에 불려 다녔다.

서로 각 과를 대표한다고 모였지만 너무 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색함을 느끼며 나와 맞는 에너지의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나와 잘 맞는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었다. 춤 좋아하고, 사람 즐겁게 해 주고, 고민을 나누면 이해를 해주는 그 친구. 가족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다르겠지만 가족의 아픔이 있는 부분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 친구와 나는 굉장히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당시 연기과에 재학 중이라 연습이 많아서 행사나 회의에 자주 가지 못해도 행사나 회의의 내용을 알려주고, 오랜만에 회의실에 들어가도 먼저 챙겨주던 그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이 사귄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던 친구와 함께 조용하지만 불같은 성격의 두 명을 소화전처럼 잠재워주는 친구,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경험하며 새롭게 친해진 친구.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친구들이 되었다.


2019.02월 어느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만나서 과거 얘기, 사는 얘기, 힘든 얘기, 즐거운 얘기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친밀해지자 우리는 친구를 넘어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늘 뭐든 함께 나누었다.


너무 친밀해지면 문제가 생기는 걸까.

친밀해지면 다 받아줄 거라는 생각에 종종 상처되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잘못되었음을 알면 사과도 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미숙한 나는 사과를 잘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상처가 되는 말임에도 나만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친구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았다. 한 명은 상처를 받고, 다른 한 명은 상처받은 마음을 풀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끼며 우리는 벽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친밀했던 우리는 힘들면 결국 다시 서로에게 마음을 터 놓았던지라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서로를 찾아왔다. 왜 그때 기분이 나빴는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등등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알자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더 알게 된 만큼이나 서로를 존중해 주며 적당한 거리를 두기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았고, 티 내지 않으려고 해도 지금 서로의 기분이 상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화해하는 타이밍도 알게 되었으며 연락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가장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고, 그 울타리가 가족이 되지 않자 우리는 가족처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모든 것을 나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100가지의 꿈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친구들이 되었다.


하지만 늘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사람인지라 마음이 맞지 않고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그렇듯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각자 이 모임에 쏟는 마음이 다르고, 생각이 달랐다.


행복함의 우선순위가 달랐고 생각도 달랐으며 우리는 직업도, 가정환경도, 말투도 달랐다. 그렇게 다른 우리가 모두 똑같다고 느끼며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온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큼 다른지를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 되어버렸다.


깨닫고 난 바를 이야기 하면 됐지만 그러지 못하자 지금까지 쌓아온 추억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가 되자 이 모임에도 분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분열에 화가 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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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어느 순간 성장한 것인지 이런 배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의 분열 안에서 우리 둘 사이를 이어주려는 또 다른 친구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고, 나만 상처받았다고 느꼈지만 내가 상처 준 그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서로 다른 피를 가졌기 때문에 가족이 될 수 없다.


지지리 궁상을 떨며 보내온 지금의 추억을 가진 친한 친구였지만 그 친함의 기준은 다르며, 나만의 고집으로 이어온 관계 방법을 새롭게 깨닫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궁상은 떨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궁상을 떠는 시간에 쏟은 마음도 모두 다르다. 마음을 쓴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누가 마음을 쏟았냐는 없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내가 이 궁상을 더 떨고 싶은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잘생긴 아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는 멋진 내 친구야 넌 여전히 멋지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야. 나에게 가족은 짐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바꾸어 준 고마운 존재야. 그리고 늘 화가 많지만 속은 따뜻하고 여린 친구야. 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고 예쁜 사람이야. 마지막으로 이 말을 듣지 못할 친구야. 시간은 답이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모든 것들은 때가 있기도 하다고 생각해. 네가 돌아 올 둥지가 튼튼하기 위해서 너도 솔직히 머물다 가주었으면 좋겠어. 다들 많이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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