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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Jul 16. 2024

서로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오지랖 떨어야 얻는 그 무엇

     

한평생 살면서 온전한 자기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 없다. 우리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듯 우리도 우리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다.  

    

매일 얼굴을 씻으면서 보는 데 무슨 소리냐고?      


왼편은 오른편이 되고 오른편은 왼편이 되는 세상, 좌우가 바뀐 세상, 그것이 거울의 세상이다. 비슷하지만 진짜는 아니다. 거울에 비친 글자, 한 문장도 읽지 못하고 어지러워 포기한다.



무엇에 비추어진 모습은 늘 이렇다.     


맑고 고요한 연못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떨까? 뿌리와 가지가 거꾸로 보이듯, 하늘과 땅이 뒤집힌 세상이다. 두 발은 땅에 딱 붙어 있는데 몸은 거꾸로 하늘로 향해 서 있다. 연못에 비친 글자를 읽어 보라. 사람 모양도 식별이 어려운데 언감생심, 불가능하다.     


낯선 남녀가 처음 사랑하게 되면 맨 처음 서로 안아준다.      


안아줄 때 내 오른손은 그녀의 오른손을, 내 왼손은 그녀의 왼손을 잡지 않는다. 내 왼손이면 그녀는 오른손, 내 오른손이면 그녀는 왼손이다. 거울이다. 우리가 날마다 보는 거울처럼 왼손과 오른손을 자연스럽게 마주 잡는다.      


왼손이 왼손이 되게 오른손이 오른손이 되게 하려면 뒤에서 안아야 한다. 그러면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지만 볼 수는 없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去彼取此)” (<노자> 제38장)    

 

한평생 살다 보면 서로가 평균치에 수렴하여 피차일반(彼此一般)이 된다. 내 처지나 너 처지나 “돈 없기도 마찬가지고, 자식 속 썩이기도 마찬가지이고, 때때로 아프기도 마찬가지인데” 또 무엇을 갈라쳐 이것은 버리고 저것은 취하라 하는가?      


무릇 인생도 통치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약팽소선(若烹小鮮)이 되어야 한다.      


작은 생선은 몸집이 작고 연약하여 너무 자주 뒤집으면 살이 떨어져 나가 먹을 것이 없고, 너무 불에 가까우면 금세 다 타 먹을 것 없듯 적당한 거리에서 때맞춰 간섭해야 한다. 구태여 작고 약한 것에만 그럴까? 그렇지 않다. 만물을 하늘 아래에 두었을 때 제각각 쓰임새가 다르듯 그 쓰임새에 맞춰 다루라는 뜻이다.    



 

최고의 덕은 덕이 없다.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그 무엇, 오지랖 떨어야 얻는 그 무엇, 억지로 팔뚝을 비틀어 잡아끌어야 얻는 그 무엇, 남보다 앞서 뭘 좀 안다고 뻐기는 그 무엇, 모두 껍데기의 화려함 만 봐 어리석음의 시작이 되고 어지러움의 머리가 된다.     


우리가 마주 보고 설 때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야 자연스럽듯, 좀 엉터리 같이 보여도 기다려 주고, 좀 어설퍼도 가만히 있을 때 더 실하고 두텁다.  


#노자제38장 #피차일반 #병산서원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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