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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파니스 Oct 26. 2024

내용이 좋으면 호들갑 떨며 소문내지 않아도 된다

[밤  9시 글쓰기] 24.10.26. 커피산책 COFFEE WALK

대한민국은 축제 중이다.

우리나라 지자체가 229개다.

모두 하나 이상의 축제를 연다.

최소한이다.

하루에 끝나기도 하지만

반달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너무 춥고 더운 날은 사람 동원하기가 쉽지 않은지

축젯날은 대개가 봄 가을이다.

어림잡아도 구시월에만 일백여 곳에서 열린다.

매일 축제인 셈이다.

 

올해 여행기를 쓰면서

뜻하지 않게 여러 축제를 만났다.

안내 책자로 읽거나, 설명을 듣거나, 구경도 했다.

약속이나 한 듯 어느 지역이나 축제를 자랑했다.

 

뚜렷한 주제와 전통으로 매력 있는 축제도 있었지만,

대체로 장소와 이름만 다를 뿐 큰 차이는 없었다.

저 동네서 베낀 것 이 동네서 써먹고.

돈 들여 저런 축제를 해야 했을까 싶은 것도 있었다.

유명 가수가 와야 성공 축제는 아닐 터인데,

얼마나 보여줄 것이 없었으면 저리할까,

빈약함이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었다.

 

축제가 나쁘다는 게 아니고,

주제 없는 축제가 크기만 해서 문제였다.

그런데는 정치적인 이유도 없지는 않을 터.

 

영국에 있는 미들섹스대학교

유산관광학과 교수가 어떤 학술대회에서,

관광객이 많아야 성공한다는 등식은 깨졌다.

최근 성공한 축제를 보면 소박하다.

지역사회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설정이 먼저이고,

탈정치화가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라고 했다. 



우연히 그런 축제를 만났다.

문화행사 같기도 했고,

플리마켓도 닮았다.

 

‘COFFEE WALK: 2024동명 커피산책’.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에서

26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밤 8시까지.

동구청 행사로, 올해로 4회째라고 했다.

 

행사장 준비는 오전에 끝났다.

아담한 중앙 무대

펼침막과 입간판 몇 개

안내 부스 두 개.

그리고 골목길을 따라 놓인 테이블들.

 

커피가 있고,

커피 친구들 휘낭시에, 도넛, 케이크, 티라미수가 있고,

커피 분위기 살리는 소품도 있었다.

 

중심 프로그램은

핸드드립 커피를 무료 시음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원두맛을 찾아 투표하는 것으로 짜였다.

광주 핸드드립 전문점 19개 업체가 참여했다.

 

즐기려자는 안내 부스에서,

로또 추첨하는 식으로 번호 세 개를 선택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누르고 컵 세 개를 받는다.

커피를 맛보고 안내 부스에 컵을 반납한다.

마음에 드는 곳에 한 표 행사한다.

 

나만 몰랐지,

다들 알았나 보다.

인스타그램 보고 왔다 했다.

좋은 행사는 호들갑 떨며 소문내지 않아도 알아서 온다.

번호표를 받는 대기 줄이 50미터를 넘었다.

커피 맛보고,

이야기 나누고,

이곳저곳 기울이며 골몰길 돌다보니

가을 해가 짧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카페,

동명동, 커피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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