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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파니스 Nov 06. 2024

짧은 시간에 살을 빼고 싶다면

[밤 9시 글쓰기 29] 24.11.06. 걷기 건강 만보기 다이어트

서울 생활할 때, 하루 평균 1만 2천 보를 걸었다.

출퇴근길 걸음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걷는 즐거움도 터득했다.

그러다 보니 운전할 일이 별로 없었다.

6개월 동안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하여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차는 있으면 때로 편리하지만 없어도 되는 물건이었다. 

    

화순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1천 보를 걷지 않는 날도 있었다.

차는 신발과도 같아서 어디를 가든 필요했다.

운동시간을 따로 내야만 걸음 수를 채울 수 있었다.

차는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광주에 살고 있다.

화순에서처럼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보다는 많이 탄다.

가능하면 걸으려고 하지만 대중교통 환승에 시간이 오래 걸려 마음뿐이다. 

차는 꼭 있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없으면 아주 많이 불편하다. 

    

서울특별시나 광주광역시나 화순군이나 대중교통 노선은 많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버스 타고 못 갈 곳이 없다.

문제는 배차시간이다.

서울은 짧고 화순은 길다.

광주는 중간쯤 되고.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차는 더 필요했다.

생필품 1순위는 자동차가 되었다. 

    

차가 중심 이동 수단이 되면서 

몇 걸음 걷지 않고 하루가 지나는 날도 있었다.

따로 시간을 내어 걷는 일이 많아졌다.

위통이 발병하고 그마저도 걷지 않았다.

먹는 게 시원찮아 도리어 건강을 해칠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가능하면 눕거나 앉아 지내니 꿈도 많고 잡생각만 쌓여갔다.

예전에 들었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찰밥만 먹으며 

전국을 걸어서 한바퀴 돌았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더라는. 

찹쌀이 소화가 잘되고,

걸으면 혈액순환에 좋고,

쓸데없는 걱정이 줄고, 

위에 적당한 진동을 주어 그러했을 것이라 여겼다.    

 

마침 친구가 농사지었다고 찹쌀 한 포대를 보내왔다.

어머니 말씀도 생각나고 하여 찹쌀죽을 쑤었다.

멥쌀죽에 비하니 오성급 호텔 레스토랑 식사를 하는 듯했다.   

  

운동화 끈을 동여맸다.

깨끗하게 닦은 칠판처럼 맑은 하늘이었다.

조금은 싸늘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불었다.

동구 푸른길을 걸어 옛 남광주역까지 갔다.

양림역사문화마을을 거닐었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도 구경했다.

옛 전남도청에 자리한 아시아문화전당에도 갔다.

만보기를 보니 7천 보를 넘었다.   

  

삼시세끼 흰쌀죽 한 종지씩만 먹어,

힘들지나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도리어 머리가 맑고 몸은 가벼웠다.

덕택에 없는 살이, 쭉쭉, 빠지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누군가 살 빼는 비결을 묻는다면 이걸 알려주어도 되겠다.

아예, 책임지고 확실하게 살 빼주겠다, 라고 광고를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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