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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l 31. 2024

반(半) & 접시꽃 당신 (시낭송)

동반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대처해가며 평소처럼 작업이 진행된다...

업무 중에는 신경을 곤두세워 일에만 집중하므로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이 별로 없지 싶다.

그러나 업무 종료 후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참 나는 가족을 위해 별로 해 준 것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타국에서 벌어야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의 것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점수로 따지면 0점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된다.



 

 필자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이전 30~40 중 후반까지  한국 본사 근무 시

필자가 있는 이곳 공장에는 X 소장님께서 지금의 나처럼 10년 가까이 이 공장을 관리하셨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X 소장님께서는 지금 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하는 존경심이 절로 들 때가 많지 싶다...

이전 X 소장님께서 본사로 복귀한 이유는 인생의 동반자이신 사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에 본사로 복귀를 하시게 되었다... 그 이후 X 소장님 한국 복귀 시점과 필자의 요양 시점이 겹쳐져 2~3년 동안 X 소장님은 한국 본사에 근무하셨고... 필자는 강원도 고향에 요양 아닌 요양을 했던 시절이었다...

X소장님께서 이곳 공장을 떠나신 후 여러 명의 대체자들이 이곳을 관리했지만 녹녹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6개월 , 1년을 못 버티고 몇 명의 관리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야만 되었다....

그러던 2~3년이 지난 후 회사의 부름으로 다시 이곳에 필자가 오게 된 것을 이전에도 설명드린 적이 있지 싶다...  

현재는 연세도 드시고 이미 퇴직을 하신 X소장님께서 제게 항상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일도 좋고 회사도 좋고 다 좋은데 가족들 건강상태는 꼭 확인하고 매일 체크를 하라는 것을 당부하셨다...

X 소장님 사모님께서도 집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쓰러지셔서 때를 놓쳐 황망하게 가족들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니... 필자 입장에서는 집사람이 몸이 안 좋다 하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 싶다..

아무것도 없는 필자를 만나 모진 고생 다하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집사람을 생각하면 말은 안 했지만 눈물이 흐를 때가 많이  있지 싶다....

 이제 막내딸 공부 마칠 때가 얼마 안 남았으므로 필자도 그렇지만 집사람도 잘 버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혼자 있어 그런가 요즘은 참 눈물이 많지 싶다.... 세차게 내리는 빗물과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만 참고 지냅시다 XX 엄마~~~"



오늘은 상기 내용과 관련하여 이전에 낭송해 두었던  도종환 시인님의 접시꽃 당신을  올려봅니다. 좀 긴 시이지만.... 깊은 밤 눈 감고 느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럽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 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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