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등교사 미국 유학기
아이들의 일본어 회화 학습을 위해 퇴근 후 매일 두 아이들과 신촌으로 향했다. 방학 중에는 주 4회로 시간을 늘렸다.(돈을 퍼부었. . . ) 선생님은 한일학생교류로 방문한 일본인 대학생이었다. 기관의 규정상 다른 장소에서의 수업을 불가능했기에 우리가 직접 방문해야 했다. 버스를 타고 신촌까지 50분. 두 시간 수업 동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퇴근 시각 즈음이라 길이 막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퇴근하자마자 유치원에서 종일을 보낸 둘째와, 학교와 영어학원을 마친 첫째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50분을 가면, 벌어지는 일. 둘 다 잔다. 정말 숙면을 취한다. 가끔 나도 졸다가 한두 정거장을 지나친 뒤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이 잠든 아이들을 깨우고, 잠이 덜 깬 채로 버스에서 내려서 비틀거리는 아이들과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수업이 끝나면, 남편이 차로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우리 가족은 이 일을 무려 6개월을 했다. 깨워도 좀처럼 못 일어나는 아이들을 겨우 일으켜 세울 때마다 이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미안했고, 화가 났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두 아이의 수업시간 동안 밖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알아차렸다. 우리 아이를 일본어 실력보다 선생님의 한국어 실력이 더 늘겠다. 레슨비를 내고 우리 아이가 선생님께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첫날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선생님은 곧, “오늘 참 잘했어요.”라고 간단히 인사를 덧붙이게 되고 “집중을 잘하고 적극적이었어요.” 등 그 인사의 내용이 점점 상세해지더니, 결국 몇 달의 한국 문화 체험 후 한국을 떠날 때, 그녀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일본어를 배우기는 했다. 적어도 엄마, 아빠보다 나았다. 뜻을 모를지언정 술술 읽기는 했고, 씩씩하게 일본어로 인사는 했다.
그래도, 그 돈과 그 시간과 그 고생에 비하면.. 그저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