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난팸
우리가 처음 뛰기 시작한 건 늦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뛰기 시작한 정확한 계기는 기억이 안 난다.
호야 추천? 체력 증진?
우리는 다른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올림픽 공원을 뛰었다. 처음엔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단거리는 몰라도 장거리로 뛰는 건 군대 이후 처음이기에 잘 뛸 수 있을까.
3km- 7분 페이스.
생각보다 가벼웠다.
뛸만하였고 이 정도는 기분 좋게 뛰기 좋았다.
' 아 개운하다 '
그 이후로 가볍게 우린 일주일에 한 번은 잠실, 광나루, 반포 등 한강공원을 뛰었다.
그렇게 계절은 바뀌어 우리 러닝 복장도 가벼워지는 봄이 되었다.
이젠 마라톤 대회를 나가보잔 얘기가 나왔다.
몰랐는데 5k / 10k / half / full 다양하더라.
우리는 처음이니 5km를 하자 했다.
적당한 거리다.
나중엔 목표는 높게 잡자로 하여, 10km로 변경.
살짝 오버했나 싶었지만, 나쁘지 않은 거리다.
처음 3km로 시작하여 5km, 7km, 이제 10km까지.
성장했다.
우린 일주일에 두 번, 세 번까지 만나, 이젠 뛰는 사이가 되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는 계속 달린다.
또래 괴롭힘을 피해 달리고, 전우를 구하기 위해 달리고, 그녀가 떠난 후에도 달리고.
묵묵히 달릴 뿐.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땐 대화도 주고받고 하지만 거리가 길어지고 몸이 힘들어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리게 된다.
공기가 폐로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 오직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듯. 뜀박질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평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달리기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포레스트도 그래서 달렸던 걸까.
오후가 되면 단톡방에 올라오기 시작한다.
'오늘 달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