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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Aug 02. 2024

취업하면 열등감이 없어질까?

[열등감 이별여행] 8화

강릉여행을 다녀온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간 회사를 다고, 퇴사를 결심하고, 혼자 쉬는 시간을 가졌다.


Q. 취업하면 열등감이 없어질까?

전공 따라 들어간 회사는 나름 중견기업에 이름 있는 회사였다. '공부로서의 성공' 열등감이 강했기에 '이름 있는 회사'에 취직했으니 이제 열등감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 취직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다. 선생님이 된 친구였다. 그간 열등감이 심해 만나지 못했던, 참 좋아하던 친구였다.

'취직했으니 이젠 웃으며 친구를 볼 수 있을 거야.'

2년 반 만에 연락한 친구는 기분 좋게 반겨주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있어 좋았고 웃음이 났다. 그러나 다시 마음속에서 열등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래 내가 꿈꿔오던 선생님이란 직업을 거머쥔 친구, 부러움과 질투가 몰려왔다. 열등감이 나를 짓눌렀다.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채 주눅 들어했다. 자리에도 없는 아무개가 찾아와 약대 가운을 입고 내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암만 좋은 직장에 취업했어도 선생님, 약사보단 못할 거야.'

분명 힘들게 들어간 직장인데도 한없이 초라해졌다.

'아직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했구나.'

열등감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친구와 거리를 둬야 함을 느꼈다. 그날 이후 다시 친구와 연락을 미루고 있다. 친구는 여전히 내 연락을 기다려주고 있다. 참 고마운 친구다. 하루라도 빨리 극복해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야지.


Q.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고?

회사는 얼마 다니지 못하고 퇴사했다. 1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56킬로였던 몸무게가 49킬로 까지 빠졌다. 5분에 한 번씩 역류해 대는 위액 탓에 숨쉬기 힘들었고 마른 토가 잦아 일상생활조차 하지 못했다. 누군가와 대화하다가도 일에 집중하다가도 화장실로 뛰어가 헛구역질을 했다. 가만히 있어도 코피가 흐르고 이명이 들려왔다. 물 한 모금이 얹혀 쫄쫄 굶어야 했다.

'뭐가 문제인거지?'

일도 잘 맞았고 회사 내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 그러나 몸에서 반응이 왔다. 이대로는 죽을 것 같으니 제발 그만둬 달라는 신호였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퇴사했다.

'뭐가 문제인 걸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도통 본인에게 관심 없던 나는 스스로가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없었다. 강릉여행으로 본인과 친해졌지만 그간 다른 것에 힘 쏟느라 다시 본인을 돌아보지 않았다. 병명은 신경성이었지만 신경성의 병명은 알지 못했다. 


'충분히 쉬면서 건강회복에 집중하자.'

하지만 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부정적인 생각들이 온몸을 지배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진로에 대한 막막함은 우울감을 심었다.

퇴사한 지 1년이 지났을 땐 우울감이 더 깊이 뿌리내렸다.

운 좋게 들어간 회사 복인지 모르 제 발로 차버린 얼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1년 깔짝다 나와버린 의지 없는 인간. 퇴사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등신.


Q. 이제 뭘로 벌어먹고 살 건데?

막막했다. 같은 전공으로 회사에 들어갈 건지, 아예 다른 공부를 시작할 건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같은 전공이라면 다시 겪어야 할 회사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건강이 안 좋아지면 그때도 지금처럼 퇴사를 반복해야 하는지 무서웠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엔 본인의 의지력에 의심이 갔다. 적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새로운 것에 투자할 수 있을지, 설령 그렇게 회사에 들어갔어도 지금처럼 적응하지 못하면 또다시 도전해야 하는무서웠다.

'돈은 벌어야 될 거 아냐.'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긴다면 일을 그만두기란 쉽지 않다. 아마 몇 년간은 참고 견뎌야 한다. 전공을 바꾸기엔 지금보다도 더한 용기가 필요할 거다. 그러니 미혼인 지금, 아무것도 책임질 게 없는 지금 신중하게 직업을 선택해야 했다.

'내가 뭘 좋아더라?'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나도 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걸로 돈을 번다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떠오르지 않았다. 질문을 바꿔보았다.

'내가 뭘 할 때 몰입하더라?'

이것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굴러다니는 옷을 리폼할 때였다. 글 쓰는 것도 좋아했지만 누군가 읽을 만한 글인지는 확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몰입할 만큼 길게 쓰지 았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 적응하고 돈을 벌저축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고 있다. 방구석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초라했다. 결국 생각의 끝은 열등감이었다.

'하아- 또 시작이야'

그때 책상에 붙어 있던 사진이 보다. 강릉여행에서 혼자 찍었던 네 컷짜리 사진이었다.

'다시 떠나 볼까? 그때 그 강릉여행처럼.'

평소라면 지나쳤을 생각이 머릿속 계속 맴돌았다.

'정말 떠나 볼까?'

분명 회피였다. 분명 도망이었다. 그러나 분명 필요했다.

'그래, 가보자.'


다시 떠나자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여행, 나를 알아가기 위한 여행, 추가로 진로를 선택하기 위한 여행. 강릉여행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뭔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인에 의해 열등감을 느낀다면, 아예 지인이 없는 곳은 어떨까?'

'지인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외딴곳으로 가자.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가자. 해외로 가자.'

컴퓨터를 켜고 검색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하면서도 치한이 좋은 곳, 바로 태국 치앙마이였다.


새로운 도전 '글쓰기'

그렇게 나는 또다시 떠났다. 처음으로 홀로 가는 해외여행. 그것도 19박 20일의 여정으로 말이다.

이번 치앙마이에서는 강릉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한다.

매일 3장씩 소설 쓰기

연재가 될지 안 될지 모른다. 애초에 너무나 서툴고 부족한 글일 게 분명하다. 좋아한 줄 알았던 글쓰기가 알고 보니 그저 그런 취미였을지 모른다. 그만한 열정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르기에, 알기 위해선 우선 써야 한다. 시도해야 한다. 

'힘들어도 무조건 쓰는 거야.'

설레는, 떨리는, 조금은 두려운 치앙마이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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