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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May 02. 2021

내가 좋아하는 카페, 나의 카페 취향은?

가끔 아무 말 대잔치 03


카페를 많이 다니는 동안, 사실 나는 내가 어떤 카페를 좋아하는지 제대로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새로 카페가 생겨나면 인테리어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없음에도 위치만 알고 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냥 카페가 생겨서 간다. 그뿐이었다.


최근에 나는 예전에 비해 부쩍 바빠졌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쓰기도 해야 했었고, 비록 공동 대표이긴 하지만 카페이자 브랜딩 팀인 오디너리핏의 세 지점을 기획하고 운영하게 되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페를 다닐 시간이 부족해지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는 빈도도 줄어, 처음엔 하루  두 번에서  한 번으로 그리고 지금은 2-3일에 한 번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카페를 다니는 일 자체가 싫어진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새로 어떠한 공간이 생겨났다고 무조건 방문한다기 보단 이모저모 따져보고, 방문하고 있다. 때로는 어디를 가는 것보다 쉼을 택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서 내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는데,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어떤 카페일까?’라는 의문.


그래, 정말 나는 어떤 카페를 좋아할까?


모을, 까페 여름, 이미커피 로스터스. 완벽히 내 취향에 부합하는 공간이다.


음... 가장 첫 번째로 크지 않아야 한다. 풀어서 적으면 자본이 덜 느껴지는 공간 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확실히 대형 베이커리나 카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나 보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노력과 그 공간을 기획한 분들의 수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나는 개인 매장 특유의 여기저기 작은 부분에까지 손길이 닿은 그런 느낌을 좋아할 뿐이다. 아무도 보지 못할 곳에 작게 숨겨놓은 낙서나 주인장에게만 의미가 있는 물건을 가져다 놓은 카페, 주인장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포인트를 준 음식을 만드는 카페. 누구도 왜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지나갈 법한 작은 것들, 나는 그러한 요소들이 모여 공간에 개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웅장하다, 그 이상을 느끼진 못했었다.

물론 사람들의 대다수는 쉬러 가기에 편한 널찍한 카페, 포토존이 따로 존재하고 다양한 음식과 편안한 가구로 꾸며진 공간을 더 선호하고 나 또한 당장 다른 누군가와 쉼을 위해 카페를 찾을 때는 보통 그러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허나 나는 그런 곳에서 감탄을 한 적은 있어도 감동을 받은 기억은 없다. 내게 웅장한 인테리어와 깔려있는 화려한 빵과 디저트들이 감탄사는 나오게 해도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으니까. 카페 업으로 먹고살겠다는 사람의 취향이 이래서야 사업하는데 어울릴까 싶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개인 카페가 더 좋다.


우드 소재가 돋보이는 세이지 핀치 역시 내 취향으로 가득한 곳
키이로는 이름부터 나무색인 카페

두 번째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우드톤의 채광이 잘 드는 카페를 나는 좋아한다. 사실 이건 나도 잘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책을 쓰면서 카페를 추리다 보니 대부분이 우드 인테리어를 가진 곳이라서  알게 되었다. 우드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목재의 자연스러운 재질이 살아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뭐 이런 고재류의 목재가 비싸기도 비싸고 솔직히 보기에 예쁘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주로 빈티지 가구에서 많이 보이고 또 일본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스타일. 그쪽에서는 외려 이런 스타일의 카페들을 촌스럽게 여긴다고 들었는데 역시 유행이란 건 돌고 도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주 예전엔 블랙, 그다음엔 화이트 톤을 좋아했던 나는 최근엔 확실히 우드가 좋다.


햇빛은 어느 공간을 가도 플러스 요소가 되었으면 되었지, 마이너스인 경우는 없다. 밋밋한 공간이라도 햇빛이 촤르륵 들어오는 순간 그림처럼 변해버리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을 오래 해서 그런가, 햇살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기온이 따뜻한 날엔 야외 테라스에도 적극적으로 앉고 말이지.


개인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카페 (꼬앙드파리, 정서, 미남미녀)
꼬앙드파리에선 쿠폰에서까지 파리의 감성을 느낄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사람. 항상 사람이다. 같이 가는 사람이 좋으면 어떤 공간을 가도 좋다는 말은 너무 치트키 같으니 하지 말자. 나는 카페 주인장의 취향이 짙게 녹아든 공간을 좋아한다. 첫 번째랑도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더 확장을 시켜보면 그렇다. 톤이 일정한 공간에는 인테리어와 음식만 포함이 되는 게 아니라 직접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사람의 톤 또한 포함이 된다. 나는 한 카페를 다녀왔을 때,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이 된 느낌을 받고 오면 대개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기 위해선 모든 게 외부와 달라야 한다. 찻집이라면 모든 게 정돈되어있고, 차분해야 하니 주인장의 목소리 또한 조용하고 빠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스트릿 문화의 요소를 가진 공간에서는 음악도 커야 하고 전체적인 템포가 빠른 모습이 어울릴 것이다. 물론 내가 후자보단 전자를 좋아하기는 해도 그 톤을 잘 가꿔놓은 후자의 공간에는 솔직히 엄지손가락이 척 세워진다.


한 사람이 만든 비슷한 듯 다른 두 공간 선과점과 모을
오로지 사람이 기억에 남아 대전까지 찾아게 만든 카페, 즐거운 커피


이렇게 되기 위해선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그 공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운영하는 일을 좋아해야 할 것이다. 적고 보니 새삼 좋은 카페를 하는 것도 다른 자영업과 다른 게 없다. 어떤 매장을 운영해도 결국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내가 오디너리핏을 운영하면서 가장 걸렸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고, 매장에 더 불어넣기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이 이것이기도 하다.


브런치에 글을 오랜만에 올리네요.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바로 이 취향에 관한 것과 공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인데요.

후자에 대해선 나중에 한번 적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생뚱맞고 정리가 안 된 글이지만 그래도 그대로 둘게요.

저는 확실히 우드 인테리어의 개인이 하는 조용하고 작은 카페를 좋아하나 봅니다.

사진 보니 전부 다 우드네요 하하...

그렇다고 스트릿 감성이나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카페들을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여러분이 좋아하는 카페는 어떤 카페인가요?

지금은 자주 하진 않지만, 클럽하우스라는 어플을 하면서 세상엔 정말 많은 취향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인스타그램에 유행한다고 세상의 대세는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카페를 다니는 입장에서,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많은 사장님들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도 심해 카페 사장님들께는 더욱 힘들었던 작년 말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마무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계시는 자영업자 분들 파이팅!” 으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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