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들어지는
어느 시점부터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유튜브로 예습을 하는 관례가 생겼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여행기를 자세히 보여주고 들려주며 유의할 것 등을 알려주는 영상을 다각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번 호주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약이 3개월 전에 이루어진 관계로 더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영상을 봐버려서 출발일이 다가오자 드는 생각은 “안 가도 되겠다. 거의 외우겠네.”였다. 호주의 대표적인 상징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는 이미 마음속에서 열 번도 더 가 본 느낌이고 피쉬 앤 칩스나 스테이크 등의 현지식은 솔직히 다 아는 맛이었다.
사업을 하려는 목적도 아니고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직접 가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만 해도 미리 보고 가지 못하니 여행지에 내리는 즉시 이국적인 장면에 설레고 신기해 “wonderful”이 저절로 나왔다. 요즘엔 각종 영화나 SNS를 통해 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완전히 낯선 풍경은 거의 없어진 셈이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형태가 거의 같다. 하루에 최소 서너 군데를 방문하기에 버스에 타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소화가 다 되기 전에 계속 먹는다. 영어권 나라에 갔어도 영어 쓸 일이 많지 않다. 이번 호주 여행로의 여행은 과연 어땠을까? 출발할 때부터 당연히 한국인투성이. 한국인 가이드에,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 한국말. 저녁 식사는 매일 한국 음식. 같은 호텔에서 5박을 하다 보니 돌아갈 때쯤엔 그냥 집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아이스크림 가게나 기념품점, 마트에서 영어를 써 보지만 아주 짧고 간단한 대화가 전부였다. 호텔 바에도 늦은 시간까지 온통 한국인! 조식의 구성이 어딜 가나 비슷하고 호주의 질 좋은 우유 맛도 며칠 지나니 감흥이 없었다.
운전석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이라는 차이점과 공기가 맑아 미세먼지 걱정 없어 옷이 더럽혀지지 않아 빨랫감에서 냄새도 먼지도 거의 없는 것 외엔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호주만의 물건을 사고 싶어도 약 외에는 한국에서 다 볼 수 있는 것 이었다. 한국의 쿠팡엔 없는 게 없었다. 이렇게 세계 속에서 너무 신기하고 독특해서 가슴이 뛰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건 한국이 그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말이겠지?
새삼 호주 여행 중에 먹은 맛있는 한식 때문만이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해 넘쳐나는 한국 관광객의 빈도와 무엇이든 좀 특이하다 싶으면 바로 수입을 해서 판매하는 발 빠른 한국 사업가들. 어느 공항은 내리자마자 한국 아이돌 그룹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기도 했다. 고행을 목적으로 가곤 하던 인도의 경우도 종교인들의 방문이 잦고 세계 구석구석 한국 이민자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규모가 좀 작을 뿐 어느 바닷가를 가면 속초가 떠오르고 어느 식물원이나 공원에선 제주도가 느껴졌다. 스크린 속에선 세계가 하나의 이웃이 되어가고 있어서 일 것이다. 이제 해외여행의 목적을 달리 할 때기 왔다고 본다.
자기만의 독특한 미션형 여행은 어떨까?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어 해외여행이 힘들다고. 이제 나이가 들어 퇴직을 앞두게 되면 시간도 많아지니 가성비 좋은 여행지를 찾아 피곤하고 힘들어도 충분한 보상이 따르는 여행을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가기 전 지나친 예습은 여행 만족도를 위해 그리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그런데 과연, 다음 여행...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할 수 있을까?
답은...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