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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Nov 17. 2019

아베사학 스캔들을 파헤친 <신문기자>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입니다. 오늘은 <주전장>에 이어서 일본 영화 한 편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합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개봉이 되었던 영화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문기자>입니다.


영화 <신문기자> 포스터


최근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흥행보증 스타인 신은경 배우가 주연으로 열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그런데 계속되는 한일 갈등 때문일까요 영화는 흥행에 있어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이 영화는 일본 영화에서 거의 없는 사회고발 영화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볼만 합니다. 우선 영화의 소재는 모리토모-카케 사학비리, 일명 '아베 사학 스캔들'과 이토 시오리 성폭행 사건을 고발했던 ‘도쿄신문’의 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언론 조작과 사건은폐를 주도하는 국가의 부도덕함을 폭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파헤치며 결국 죽음을 선택한 사람과 이어서 그것을 폭로하려고 했던 혹은 가리려고 했던 다양한 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는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자들의 모습을 권력과의 관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눠보았습니다. ->꿈꾸미님의 분석입니다~~ 

 첫번째는 잘 알아서 기자~ 잘기자’입니다. 권력만 나타나면 앞뒤 안가리고 기는 기자입니다.

 두번째는 대놓고 기지는 않는 안하는 척하면서 기자, 안기자’입니다.

 세번째는 두번째보다는 조금 더 양심적인, 조금은 개기면서 결국에는 기는…개기자’입니다. 마지막은 영화 속 요시오카 기자(신은경 분)처럼 끝까지 끈질기게 파헤치는 기자! 질기자’입니다.


결국 ‘질기자’들이 우리 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유지하는 것 아닐까요? 요시오카 기자의 아버지 역시 기자로서 ‘항상 스스로를 믿고 의심해라. 내가 아는 것이 진짜인지 전부인지 의심하라’라는 문구를 남겼죠. 영화 속 다른 기자들은 과연 어떤 기자일까 생각해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영화가 담고 있는, 국가가 어떻게 언론을 조작하고 그 다음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을 어떻게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모욕하는지 또한 자신들의 말도 안되는 정당성을 어떤 방식으로 주장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언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여러 사태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2019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기자들의 시대일까요? 잘기자? 질기자?


 그런데 감독인 후지이 미치히토는 영화가 정치사회적인 영화로만 해석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물론 일본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 진실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기존의 사회고발 영화와는 다르게 일본 영화 특유의 느린 전개와 어두운 색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역시 국가와 개인이라고 하는 큰 대립구도 있지만 세대와 세대, 부모님 세대와 아들딸의 세대가 어떻게 그 자신들의 자산을 이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요시오카 역시 기자였던 아버지의 선택(자살)을 마음 속에 품고 자기만의 신념을 만들어가죠. 일반적인 사회고발 영화가 전해주는 ‘사이다’와도 같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마치 ‘고구마’를 먹은 것과도 같이 답답하고 느린 전개와 엔딩 역시 이제 일본 내 개개인이 요시오카 에리코처럼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화 <신문기자> 스틸컷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이라는 고민은 영화 제작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PD인 가와무라 미쓰노부는 영화 속 여기자의 실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모치즈키 이소코가 기자 생활 은퇴 후 쓴 동명의 책, <신문기자>를 모티브로 삼고 시나리오를 쓴 뒤 후지이 감독에게 끈질기게 연출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젊은 감독이 연출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정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이 올바른 정치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역시 계속 생각해야할 문제입니다.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NOT TO BE, 죽이고 싶은 캐릭터로 한 인물을 뽑았습니다. 바로 타다 실장(다나카 테츠시 분)입니다. “나는 국가 공무원입니다”, “이 국가에는 민주주의의 형태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일본 내각정보실 실장이죠. 타다는 국가이면서 일본 회의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아베이기도 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각정보실 실장이라는 역할에는 꼭 타다라는 인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타인의 희생을 무시하고 감수하며 유지해가는 국가라는 시스템 그 자체가 곧 타다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 이 시기, 타다라는 인물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국가’는 과연 우리가 바라는 국가의 모습인지 보다 비판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영화 <신문기자> 사건관계도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TO BE,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타다 실장과 반대에 있던 인물, 칸자키(다카하시 카즈야 분)를 골랐습니다. 영화 초반 대학부지 선정 관련 조사보고서를 요시오카 기자에게 익명으로 제보한 인물입니다. 또한 스기하라에게는 “넌 나처럼 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결국 타살 같은 자살로 삶을 마무리 한 인물이죠. 이 분이 계속 살아있었더라면 영화의 스토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고 했던 칸자키를 꼭 살리고 싶은 마음에 TO BE로 골랐습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 없는 자영업은 TO BE, 살리고 싶은 캐릭터로 진노 사회부 부장(키타무라 유키야 분)을 골랐습니다. 영화 속에서 요시오카 기자의 상사로 등장하죠. 요즘 말로 ‘츤데레’와 같은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요시오카에게 외압을 받고 있음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나중에는 폭로 기사가 신문 1면에 실릴 수 있도록 결정하기도 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하죠.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 역시 살리고 싶은 캐릭터, TO BE를 골랐습니다. 실제로 배우가 한 번도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살했다고 알려진 요시오카 기자의 아버지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정부가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기사를 썼지만 이후 오보라고 밝혀지며, 스스로 그것이 부끄러워 자살했다고 하죠. 그런데 영화 다른 장면에서 타다 실장이 중간에 요시오카 기자의 자살을 두고 ‘처리하는데 애먹었다’는 식의 대사를 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꿈꾸미는 정의를 밝히려 했던 (아버지) 요시오카 기자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 아닐까 생각하며, TO BE로 골랐습니다.


인문학 드레싱’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두번째 코너.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영감을 더하는 시간,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과연 영화에 어떤 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꿈꾸미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들게되는 고민, 국가는 항상 옳은가? 국가의 비리, 국가의 범죄, 국가의 폭력 등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가 생각해야 되는가에 관한 책, 니시카와 나가오 교수의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비교문화론을 전공하고 국민, 글로벌리즘, 다문화 등에 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국민이라는 용어를 누가 만들었고 근대 이후 이 용어가 어떻게 위력을 갖게 되었는지 파헤칩니다. 그러면서 저나는 ‘국민’이라는 이름이 우리를 국민으로 옭아맨다고 주장하며 근대 국가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지적합니다. 국민이라는 이름이 결국 국가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면서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이 국가와 자신을 한 몸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비판하는 것이죠.

 이미 우리나라에도 다문화 인구가 200만명이 넘었다고 하죠. 선(先)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기 위해 ‘국가’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현시점에서 얇지만 굉장히 깊이가 있는 책,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자영업은 인문학 드레싱으로 일본의 생화학무기 개발 역사를 간추려 소개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생화학 무기 연구소를 설립하려 하는 일본 정부 내부의 목적을 폭로하고자 하는 요시오카 기자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우선 일본 정부가 나서서 생화학 무기를 만든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문제가 됩니다. 첫번째는 환경문제죠. 일본의 원전폭발 사고에서 보았듯이 그 대처가 미흡했고 지금까지도 잘 해결이 된 것인지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나서서 이러한 일을 추진한다는 것이 인류사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됩니다. 두번째는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이유 그 자체, 결국 전쟁하는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목적에서 문제가 됩니다. 나아가 이를 대학이라고 하는 학제적 시스템으로 포장했다는 것은 근대국가의 잘못된 버릇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 개발은 위안부 문제라든지 강제징용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7~80년 전 일제 침략 시기에 일제가 생화학 무기를 활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 관동군 소속의 세균전 연구·개발 기관으로 일제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주둔시켰던 비밀부대인 731부대입니다.


731부태 유적지 전경 (출처 : 바이두백과)


1936년 일제의 만주 침공 때 설립된 이 부대는 1945년까지 생체 해부 실험과 냉동 실험 등 치명적인 생체실험을 자행하며 생물·화학 무기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1940년 이후 해마다 600여명의 수용자들이 생체실험에 동원돼 731부대의 생체 실험 희생자가 최소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1945년 8월9일 소련군의 참전으로 731부대가 강탈당할 것을 우려해 모든 부대시설을 파괴하고 철수했습니다. 이때 남아있던 생체실험 대상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죠. 이같은 끔찍한 만행에도 불구하고 이시이를 비롯해 731부대 관련자 중 누구도 전쟁 범죄자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인체실험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관련자 전원을 석방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정부의 반성 없는 반복을 지적하는 요시오카 기자의 모습처럼 우리 역시 731부대에 관한 일제의 만행을 끔찍하지만 다시 바라보며 비판의식을 가져야겠죠.


책사는 ‘책을 사랑하는’ 이름에 맞게 오늘도 책 한권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앞서 잠시동명의 책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 책,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신문기자> 책입니다. 이 책은 스스로가 어떤 식으로 자랐는지, 어떻게 기자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이 책 역시 일본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모치즈키 기자는 영화의 요시오카 기자처럼 아베 정권의 비리를 끝까지 질기게 파헤친 실제 ‘질기자’입니다. 책 본문에 보면, 2017년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 스캔들 문제 당시 아베 대변인과의 기자 회견에서 주어진 10분을 훨씬 넘겨 40분동안 23가지의 질문을 이어나가자 마지막에 가서 대변인은 ‘당신에게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말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담겨있습니다.

 실제 모치즈키 기자의 문제제기를 통한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은 아직도 미해결, 그리고 침묵의 상태라고 합니다. 보도는 사라졌고 지금은 아예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면에서 기존에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감독이 젊은 세대(사토리 세대)를 향해 만든 영화 <신문기자>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신여성은 시 한편을 인문학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피어>라는 시입니다. 영화를 만든 후지이 감독과 영화 속 요시오카 기자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 감상하면서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신문기자 편 마무리할게요.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것

아니겠느냐.


진실을 끝까지 끈질기게 파헤치는 기자, 질기자를 끊임없이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영화와 함께 만나요!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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