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U Tris Sep 21. 2024

꿈속에 꿈

몽중몽중몽중몽중몽중몽중몽

2-8반, 익숙한 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상황이 이상하다. 핸드폰은 작동되지도 않는데, 학교의 선생이라는 작자들이 우리를 집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교실 안에서 대기애햐되는 우리는 의문에 휩싸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내 그것이 이 공간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이한 감각과 무언가 잘못된 상황, 좀비 아포카립스가 곧 발생할 꿈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찌해야겠는가? 꿈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악해야지.

거대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이런저런 음식과 장비들을 가방에 채운다. 그러나 선생들의 낌새가 확실히 기이하다. 마치 다가올 좀비 아포칼립스를 알고 있음에도 우리를 묶어두려는 것처럼…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물 2 선생이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이런저런 준비를 해가고 있을 무렵, 드디어 그들이 왔다.

하얀 트럭들이 학교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 좀비라는 내레이션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급히 학교 창문의 방충망을 뜯어내고 건물 외벽을 탔다.

기이한 괴력으로 벽을 단숨에 올라 옥상에 도착했으나, 좀비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어째서인지 좀비들이 마인크래프트 좀비들이었다.

크리퍼도 섞여 있는 게 조금 웃겼다.

하하, 잠에서 깨기나 해야지.

머리에 힘을 주어 벗어나려 했지만… 마음처럼 잘 안된다.

좀비들이 옥상 꼭대기로 올라왔다.

에라 모르겠다.

있는 힘껏 날아오르기 위해 뛰어올랐다.

수십 미터를 가뿐히 넘겨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추락하기 시작할 때쯤 잠에서 깼다.


§


잠에서 깨어난 줄 알았는데, 아직 꿈 속이다. 배경만 바뀌었을 뿐, 좀비 아포칼립스다.

좀비들이 다가온다, 자동차 위에 엎어져 있던 나는 다시 한번 도약, 그리고 추락하며 다시 한번 기상한다.


§


대체 이 꿈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는가?

이번엔 본격적으로 더 마인크래프트다. 달려오는 좀비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손에 쥐어진 블록들을 이용해 바닥에 그것들을 쌓아가며 격차를 만들어낸다.

근데 얘네들은 막 벽을 타네?

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다시 한번 기상한다.


§


이번에도 추락한다.

전선 위로 떨어지는데, 아래에 좀비들이 바글거린다.

간신히 선을 붙잡고 버틴다.

엔더맨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팔을 뻗는다.

닿을 것 같아.

안돼.

정신을 최대한 방생시킨다.

기상하기 위한 발악은 이내 나를 꿈 밖으로 튕겨낸다.

마치 꿈의 장면이, 다른 새로운 꿈들이 인스타그램 게시물 보듯 스쳐 지나간다.

쭉쭉 스크롤해서 내려간다.

별 사진 같은 것들이 희마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내…


§


번쩍.

정신을 차린 나는 집이었다.

그러나 내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집이었다.

거실 소파에서 기상한 나는, 그저 새롭게 이사 온 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어머니 아버지께 방으로 들어가겠다 말하고는 새로운 방으로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에 침대가, 왼쪽에는 책상이 있는 좋은 방이다.

방을 조금 구경하고는 방 앞을 지나가는 어머니께 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반응이 어땠는지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별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방이 생겼다는 생각이 그저 자랑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졌고, 방 안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핸드폰을 광각으로 하고 침대 위에 올라가 방 안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방 안 전체가 화면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젠장.

아빠! 아빠 카메라 광각은 몇 배야?

아버지께서 가리킨 거실 소파 위에는 그의 핸드폰이 있었고, 나는 그것으로 방 안의 사진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젠 사람들이 방해한다.

어느 순간 방 안에 들어온 어머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방구석에 통로가 있었고 그게 거실로 이어져 있다.

나에게 있는 줄 몰랐던 조카들이 방을 통과해 지나간다.

그들을 간신히 몰아내고 사진을 찍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아 나의 얼굴을 두어 대 때려봤는데 아프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어떠한 힘이 손에 작용하듯 결코 얼굴을 세게 때릴 수가 없었다.

이마를 꼬집어 봤다. 아무 느낌이 나지 않는다.

아픈 것 같은 관념만 느껴졌다.

그리고 일순간 나는 아직 좀비 아포카립스의 꿈 속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버렸다.

무언가 문으로 들어오려 한다.

문을 닫아버리고 잠가버렸다.

아까보다 방이 좁게 느껴진다.

쿵쾅거리던 문이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그러나 불안하다.

도망쳐야 한다.

창문을 열었다.

방충만을 떼어내고 기울어지며 열리는 창문을 힘으로 뜯어냈다.

그곳으로 기어나가 창문틀을 잡고 위험하게 건물 외벽에 서 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집은 하얀색의 1층 주택이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미국 도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아파트 외벽이었다.

스파이더맨이 살았던 집 같은 분위기에, 방 문이 열리더니 타노스가 들어온다.

나를 잡기 위해 인피니티 건틀렛을 뻤는다.

그 순간 나는 아이언맨이었고 마인드 스톤을 쥐고 있었다.

이걸 가지고 내가 죽음으로써 깨어나면? 그가 타임스톤으로 되돌려버릴 것이다.

안된다, 그래서 그의 장갑을 붙잡고 타임스톤을 떼어내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창문틀에서 손을 떼어 아래로 떨어졌다.

물 웅덩이 부딪혔을 때, 깨어날 줄 알았는데 이상한 시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시간 속의 공간에서 부유했다.

이상한 기분을 뒤로하고 갑자기 주변이 가속하더니 어느 순간 다시 아파트 외벽에 돌아와 있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방 안에는 타노스가 가모라의 머리를 잡고 있다.

나는 그 순간 호크아이였다.

일어나야 한다.

기상해야 한다.

머리에 힘을 주어 기상한다.


§


눈 속을 걷는다.

옷을 두껍게 입은 호크아이가 되어버린 나는 옆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휘몰아치는 눈 폭풍을 뚫고 걷다 보니 하얀 돌로 된, 작은 탑이 하나 있었다.

내 키보다 작은 수준?

“돌아가자.”

호크아이가 말했고, 나는 그와 함께했던 어떤 사내였다.

아니 사내는 처음부터 나였을지도 모른다.

호크아이가 꿈에서 깨어났다.

나도 깨어난 것일까?


§


호크아이가 엔드 게임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이 보인다.

엔드 게임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그의 집에서 그는 행복해 보였다.

그래, 이곳은 아직 꿈 속이다.

내가 있을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진짜로 일어나야 하겠지.

머리에 다시금 힘을 주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몽롱하지만 신체의 감각이 수십 배는 뚜렷하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시계가 3시를 가리킨다.

너무나도 더웠다.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다시 눈을 잠깐 감았다 떼었다.

목이 마르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4시인듯하다.

핸드폰으로 인사타를 잠시 구경하다가 카카오톡을 들어가 친구들한테 꿈속에서 꿈속에서 꿈속에서 어쩌고를 꾸었다고 이야기했다.

하하, 여긴 현실이 맞겠지? 난 잘 모르겠다.

순간 죽어서 확인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감각이 너무 현실적이다.

그래, 현실이겠지.

현실일 것이다.

하하.

하….

작가의 이전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