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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Apr 30. 2024

변화를 원했던 주말 아침

어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중간고사를 본 후에 썼던 글입니다.





 어제는 시험이 끝나고 맞이한 첫 주말이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게 되었다. 문화재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간 것은 아니고, 한국사 수행평가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답사를 다녀오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수행평가였기 때문이다. 시험 끝나자마자 이게 무슨 짓인지 정말 힘들다.

 

 어찌되었든 간에 답사 수행평가를 가기 위해 친구들과 나 포함 7명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갔다가 왔다. 허나 내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8시 30분까지 역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최소 7시에는 기상을 해야 했다. 무슨 기숙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맞이한 주말인데 7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부터 탁 나왔다. 어쨋든 7시에 잘 기상하고 박물관을 다녀왔다. 가서 딱히 뭐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고, 가는 길이 그리 어렵지도 않아서 박물관을 갔다가 집 근처 pc방으로 3시 즈음에 도착하였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금정역에서 내리고 4호선 지하철로 이촌역으로 가면 금방이었다. 쨌든 그렇게 박물관에 다녀온 후 나는 pc방에서 친구와 5시까지 게임을 하다가 집에 5시 30분 즈음에 도착하였다. 안그래도 기숙사에 살다보니 조금밖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주말에 몰아서 자는 편이었는데,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에 7시에 일어났지 않은가.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결국 6시 조금 넘어서 잠에 들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6시에 기상을 했다. 원래 나는 토요일 동안 내가 읽던 다니엘 콜 작가의 조각상 살인사건을 마저 읽고, 국어 언어와 매체 공부를 조금 하다가 책이나 더 읽든지 아니면 여기다가 글을 더 쓰던지 등의 행위를 하다가 잠에 들 예정이었는데, 한국사 수행평가가 나의 이번 주말을 망쳐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난 오래 잠을 청한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다시 기숙사로 들어가야 하는 날이다. 기숙사생에게는 유독 주말이 더 짧게 느껴진다. 사실 평일도 짧아진 느낌이어서 그냥 일주일이 통째로 짧아진 느낌이다. 매주 일요일에 드는 생각은 항상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들어가?'이런 생각뿐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이 10시 50분이다. 앞으로 약 8시간정도 뒤인 오후 7시가 되었을 때 나는 짐을 싸고 기숙사로 출발해야 한다. 젠장, 가기 싫다. 어제를 그냥 낭비했다고 생각하면 오늘은 자꾸 답답함이 느껴진다. 어제 하지 못했던 것을 하려고 하면 뭔가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오늘은 책도 읽기가 싫다. 소설 읽는 것을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일까. 우리집에서 밖을 보면 나무들이 참 많은데, 아니 많았는데, 그 나무들이 부럽다가도 불쌍하다. 평생을 가만히 있어도 되기에 부럽지만, 평생을 가만히 있기에 불쌍하다. 우리집 근처 나무들은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공사를 한답시고 우리집 창문에서 보이는 산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멀리에는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집에서 멀리 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었을 때의 인물들의 심정을 알 수 있을 듯 하다.


 오늘은 아무래도 시험이 끝난 학생이라면 사용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변명 중 하나인 '시험도 끝났는데~'를 이용하여 친구들이나 불러서 pc방이나 가야겠다. 인생을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면 힘들어지고, 가볍게 생각하면 가볍다가 힘들어진다. 그것을 깨우친 17살의 '나'이기 때문에 난 가볍다가 힘들어지는 길을 택할 것이다. 내가 내 꼴리는 대로 살겠다는데 누가 감히 내게 뭐라 하겠는가. 물론 내 자신이 내게 비난을 쏟는다. 사실 모든 사람은 자아가 이미 2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서 pc방이란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면 마음에 불안감이 찾아온다. 공부를 하지 않기에 찾아오는 불안감이라고 해야하나. 이 불안감이 나를 공부하게 만들기에 난 이 불안감에 대해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러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자아가 이미 분열되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아닐까? 마치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처럼 자아끼리 갈등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글을 쓰면도 드는 생각이 또 있다. '이 모든 것은 부질없는 행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 혹은 과거부터 지금, 혹은 미래까지 이어질 지금의 내 모습은 아마 지금의 쾌락을 누리며 내 마음대로 살자는 자아와, 내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며 남들이 하는 것에 뒤쳐지지 말자는 자아와, 모든 것은 부질없는 행동이니 물 흐르듯 살자는 자아가 충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 중에서 난 항상 원하는 대로 살자는 자아를 선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자아를 선택했기 때문일까. 다른 2가지의 자아가 내게 자꾸 소리친다. '놀지 말고 해야할 걸 해라', 혹은 '다 의미가 없단 걸 알면서 그걸 왜 해?' 라든가. 하지만 이런 자아들에게도 난 외칠것이다. '내 꼴리는 대로 살건데 니가 뭔데 참견질이야? 니가 내 자아면 다야? 꼬우면 니가 나 하시든지'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내 인생의 원칙들을 정해야 겠다. 앞으로 정해나가야 하겠지만 오늘의 원칙은 이걸로 해야겠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나랑 같은 중학교를 나온 토론부 친구가 내게 말했던 적이 있다.

 "만물은 깊게 생각하면 끝도 없어, 적당하게 생각해야돼"

 이 말의 의미를 나는 이성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난 내 이성도 믿지만 감각도 믿기에, 오늘의 원칙으로 '깊게 생각하지 말자'를 내세우며 오늘을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소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는데 쓰기가 너무 힘들다. 추리 소설로 한번 쓰고 있는데, 범죄를 다루는 이상 범죄의 치밀함을 잘 설계해야 하기에 그 부분에서 한번의 고난을 겪었고, 내용과 범죄 등을 다 구상했더니, 내가 쓴 글이 끌림이 없다. 봉제인형 살인사건과 비교하여 설명하자면(물론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베스트 셀러 책 중에 하나이기에 나 같이 소설을 처음 써보고 못써도 뭐라할 사람 없는 학생이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비교군이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지만)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첫 문장부터 끝까지 내 주관으로는 끌림이 있었다. 즉 한번 읽었더니 계속 읽고 싶다는 욕구,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이 생기고 현재의 읽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들어온다. 허나 내가 쓴 소설은 아직 5단계로 구분하자면 발단을 쓰는 중이지만,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읽기 시작했으니 일단 읽어봐야지 라는 느낌으로 글을 읽게 된다. 나도 책을 잘 쓰고 싶다는 것이 소원 중 하나인데, 누가 처음부터 잘하겠는가. 물론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알아야할 이유도 없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난 내 방식대로, 나의 인생의 템포에 맞게 살아갈 것이다. 아침부터 뭘 쓰고 있는것인지.... 내 자신이 참 자랑스럽다.


 한번만 외치고 하루를 시작하자.


 "나를 비난할 자격은 나밖에 없다. 내 주변 사람들 다 엿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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