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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Apr 30. 2024

아침에 일어나고

어느 고등학교 학생의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해본다. 기숙사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215호에는 문 옆에 시계가 걸려있다. 허나 나는 침대 위에 놓아둔 손목시계로 항상 시간을 확인하다. 방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시계는 내가 침대에서 일어난 후 2걸음이나 옮겨야 시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는 6시를 가르키고 있다. 우리 기숙사는 사감 선생님께서 방송으로 7시에 기상알람 한번, 그 후 7시 20분부터 음악이 흘러나오고 7시 25분에 다시 기상알람, 27분, 28분, 29분 순으로 기상알람이 울리고 7시 30분 전까지 기숙사 건물 내에 있는 체육관으로 이동하여 아침운동을 해야한다. 이러한 하루 일과 때문에 다들 7시 25분은 넘어야 일어난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6시에 항상 일어나는 것일까?


 내가 6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부지런히 씼고 준비하지는 않는다. 매일 6시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본다. 내 방에서 창 밖을 보았을 때는 학교 밖의 풍경이 보인다. 여러 아파트들, 주택들, 회사 건물, 교회 등등 여러가지 건물들이 나를 아침에 항상 반겨준다. 가끔은 이런생각도 든다. 5년 전만 해도 다 나무랑 산으로 뒤덮여있던 땅들이, 그 금방 사이에 현대식 건물 들에게 자리를 좋게 표현하여 양보, 나쁘게 표현하여 강탈당하다니, 볼거리도 점점 없어져 가는 듯 하다.

 만물은 똑같은 순환 과정을 겪는다고 과학 선생님이 그러셨다. 모두 탄생과 끝만 있을 뿐이라고. 적어도 나는 5년 전의 나무들 처럼 강탈 당하는 끝은 싫다. 출생을 누가 의도하겠는가, 나 또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 어쩌다 보니 어머니 뱃속에서 '나'라는 생명이 탄생한 것이다. 탄생이 우연이라면, 나는 끝, 그것 하나 만큼은 나의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다. 그리고 또 이어서 생각하게되는 것이 있다.


 "다 부질 없는데 뭐라는거냐~"

 난 다시 잠에 청한다.


 나의 고막으로 소리가 들려온다.


"7시입니다."


 7시 기상알람이다. 6시에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거 같은데, 탄생과 끝, 다른 말로 죽음에 관해 얼마 생각해보고 다시 눕자마자 기상알람이 울리는 듯한 이 기분. 가장 짜증난다.

 7시에 일어난 나는 우리 방에 있는 6명 중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감는다. 머리를 감으면 7시 10분 쯤이 되는데, 그 쯤 되었을 때 내 옆에 있는 침대의 친구를 깨워서 씻으라고 알리고 난 다시 잠에 청한다. 물론 기껐 감은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엎드린 자세로 잔다. 또 잠에 들다 보면, 이번에는 노랫소리에 깬다. 노래는 매일 밤 전날에 신청곡을 15곡을 받은 다음에, 하루가 지나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순서대로 7시 20분 부터 노래를 방송으로 튼다.

 노래 소리에 잠을 깬 나지만, 금새 노래에 적응해버린 나는 또 잔다. 그 다음, 7시 25분에 기상알람이 울린다.

 "여러분, 7시 25분입니다~"

 나는 다시 깬다. 하지만 나는 다시 잠을 청한다. 다음 알람이 있기 때문이다.

 "7시 27분입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양말을 신고, 겉옷을 두른 후 문을 열고 3층에 있는 작은 체육관으로 이동해 줄을 스고 아침운동을 한다. 아침 운동은 말만 운동이지 사실상 기상 했는지 확인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아침 운동이 끝난 후 3학년부터 급식실로 향한다. 대략 35분 즈음에 아침 운동이 끝나고 3학년, 40분에 2학년, 45분에 1학년 순으로 간다. 1학년인 나는 급식실로 향할 시간이 되기 전까지 자습실에서 의자에 그냥 앉아서 쉰다. 앉은 10분 동안에 해야할 것은 정해져 있다. 다시 잠을 잔다. 아주 잠깐이라도 숙면을 더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하게 된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고 누워서 나는 또 생각을 이어서 나간다.

 남들은 기숙사에 들어오면 사람이 부지런하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군대를 갔다 왔을 때의 변화처럼. 하지만 나는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다고 생각한다.

 "부지런하게 게으르다."

 물론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말로 제대로 풀어 설명하고 싶으나 경험자들은 감각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부지런한 사람도 있는 반면,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부지런하게 게으르다고 말하면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물으면 항상 감각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들 답한다.부지런하게 게으른 사람들만 알 수 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45분이 되어 밥을 먹으로 가게 된다. 기숙사 밥은 끼당 8천원을 내고 먹는다. 돈을 내고 먹음에도 불구하고, 더럽게 맛없다. 완전히 맛이 없다기 보다는 기분이 나쁘게 음식마다 2%가 부족하다. 마치 일반 콜라를 마시다가 제로 콜라를 마실 때 처럼.


 밥을 먹은 후에는 방으로 다시 돌아온다. 평균적으로 8시 즈음에 방으로 돌아와 학교로 등교할 준비를 하게된다. 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자습실로 향해 가방을 챙기고 등교를 한다. 그러고는 기숙사를 나와 학교로 출발하며 루틴처럼 외친다.

 "하... 집에가고 싶다."


 기숙사에서는 아침이 항상 이런 맥락이다. 아침 시간 하나 만큼은 매일이 규칙적이고, 변화가 없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기숙사에서의 삶 자체가 너무 규칙적인 듯 하다. 매주 할 것을 정해놓고 그것을 실행하는 규칙적임이 아닌, 매주 똑같은 여가 시간이 놓여 있고, 똑같은 공부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만 하루가 달라지고 그 외의 요소는 삶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느껴진다. 이 글을 기숙사에서 지금 쓰면서도, 곧 자습 시간인 오후 7시가 다가온다. 중간고사도 봤으니 오늘은 내가 읽고 싶어하던 소설을 마저 읽을 것이다. 최근에 봉제인형 살인사건 시리즈에  푹 빠져버린 나는, 마지막 시리즈인 엔드게임 살인사건을 앞에 두고 있다. 마저 해치워버리고, 똑같지만 다른 아침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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