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가무잡잡한 얼굴도
구릿빛 팔도 다리도
섬처럼 싫었다.
방학마다
고모집으로 놀러 오던 도시아이,
유난히 하얀 얼굴 앞에서
그을린 손 등뒤로 애써 감추며
다리도 비벼 꼬았다.
큰 쌍꺼풀 눈 마주 보지 못하고
갯바람 닮은 얼굴 붉히며
초승달 외겹눈
자꾸만 내리 깔았다.
여객선 침몰로 저그어매 잃고도
이듬해도 어김없이 와선,
내가 보고 싶어 왔다는 고백에
막연히 웃기만 했다.
뜬금없이 부고받은 날,
심연 위로 떠오른 고운 얼굴.
망망대해 섬처럼 가물거리며 손짓하는
유년의 풋내 짙은 초록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