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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민지 Sep 09. 2024

전통을 잇다, 지역을 잇다 《종로떡방앗간》

“떡은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먼동 틀 무렵부터 골목길을 밝히며 뚝심 있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종로떡방앗간》을 찾았다.

쌀 소비량이 줄어 지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생과 지산외상(地産外商)을 이루게 된 사연을 지난 7일 남창식·강예경 부부를 통해 들었다.

화순경찰서 근교에 있는 이곳은 명절 때면 찹쌀을 빻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기억 속으로 떠나게 했다.

화순군 교리가 고향인 남자와 진도 여자가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남편은 건설업에, 아내는 회계사무실에 근무하며 객지 생활 중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했었다고 했다.

건설현장에 있다 보니, 가족들을 2주에 한 번씩 보게 되고 정말 소중한 것을 잃겠구나 싶었다고. 세 아들을 떠올리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기술 전수를 받으며 사계절을 일하고 나니 부족함이 느껴졌다고. 다른 곳에서 배움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준비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서로의 역할 중 남편은 떡을 만들고, 아내는 판매, 진열, 홍보 담당. 남편인 남창식 씨는 떡에 진심이라 만족한 마음이 들어야 떡을 진열대에 놓는다고.

가족이라 부족한 부분을 챙겨가면서 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까지 잘 감당해 낸 아내 강예경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주문량에 따라 다르지만, 평상시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고. 날씨 변화와 새벽공기, 화순의 경치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중간에 쉬는 시간을 잠깐 가져야 한다고. 함께 점심 식사 후 오후 일정을 소화한 다음 내일 만든 재료들을 준비하고 나면 평균 7시 정도가 되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저녁 9시쯤이 되어서야 온 가족이 모여 오붓한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낸다고 한다.

지산외상(地産外商)은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외부지역에 내다 파는 순환경제를 뜻하는 말이다. 떡의 주재료인 쌀은 화순군 이양면 풍리에 위치한 ‘대흥정미소’에서 직접 빻은 것을 쓰고 있다고. 쌀은 평상시보다 명절 때 2~3배 정도 소비량이 늘어난다면서 부재료 중에서는 이십곡리에 거주하는 시부모를 통해 쑥과 늙은 호박을 받아 사용한다고. 주인장을 닮은듯한 ‘호박 설기’의 부드러움을 찾기까지는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지금껏 계속 다른 사람이 먹을 떡만 만들어 제일 아쉽겠다고 하니 함께 미소를 짓기도(공감).

어릴 적 부유한 집 아니고서는 주로 가래떡이나 쑥 인절미를 먹었다면서 남창식 씨는 그 시절에 좋았던 추억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에게 “가래떡을 선물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강예경 씨는 일하느라 바빠 갓 나온 포실포실하고 따뜻한 떡을 먹지 못한다면서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과 흰 백설기 한 입이면 하루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직접 송편을 만드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로 사회적인 변화와 분업화를 꼽았다. 전통을 이어가는 자부심과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항상 제일 최선을 다해 잘 만들어야지.”라며 생활한다고.


주로 떡을 만드는 사람들은 순수하다면서 많은 재료에 탓을 돌리지 않고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지낸다고.


너무 잘 먹었다며 감사하다고 할 때와 다시 찾아주면서 좋아할 때 보람을 느끼기에 업(業)을 이어가는 이유라고 말했다(미소).


떡방앗간의 첫날을 떠올리며 “인생 처음 처한 상황에 난감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와서 도와주어 잘 넘겼지요.”라면서 막상 그때를 떠올리게 되니 재미있었다는 고백을 하기도.


화순 소상공인연합회에 등록되어 있어 행사나 공고가 문자로 와서 ‘고향사랑기부제’를 답례품 신청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낯설고 어려웠던 서류작성에 사연과 방향을 담아 준비했다고. 반신반의했는데 입점이 확정되어 기뻤다고.


먼저 고향사랑기부제에 입점이 된 후 약 1년쯤 후에 화순팜에서 연락이 와서 준비해 보라는 말에 하게 되었다고. 몸은 힘들었지만, 꿈에 부풀면서 준비했던 시기였다고.


이제는 점포에 오는 손님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며 인터넷 판매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 중에 기회까지 왔다고.


그러던 중 전남지식센터(센터장 김민철)에서  ‘소상공인 브랜드&디자인 지원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디자인회사와 교수님에게 조언을 받게 되어 5~6개월 후에 상호가 바뀌게 될 수도 있다고.


“내 건물에서 자동화 시설과 제대로 된 온라인 판매를 통해 대박을 내고 싶어요.”라며 5년 후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까운 눈앞의 이익보다는 투자해야 발전이나 상승을 이룰 수 있다면서.


또한, 맛있는 떡의 조합을 위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로 경험을 쌓고 깨닫게 된다고. “아직 저는 부족한 상태라고 생각해요.”라며 선한 인상 속에서 겸손까지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이에요.”

바쁜 현대인들이 더욱 편하게 떡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를 통해 변화에 민감해야 우리의 것을 지켜낼 테니까요.”라는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은 틈틈이 뛰어난 전문가를 찾아가서 정보공유와 조언까지 경청할 생각이라고.


민지가 만난 사람들 ep.2

ⓒ북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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