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엄마는 '메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엄마는 인조인간이다.
올해 나이 86세. 그녀에게도 나풀나풀 나비 같던 소녀시절이 있었고, 꽃 같은 처녀시절이 있었으며, 수줍은 새색시, 생기 넘치고 활동력 강하며 지혜로운 아내이자 엄마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생기를 자식들에게 나눠 주고, 지금은 신체 이곳저곳에 인공뼈와 인공관절을 넣은 채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서럽고 미안해 나는 농담처럼 말한다.
“우리 엄마는 이제 인조인간이 되어가고 있어.”
은하철도 999의 메텔처럼 기계인간이 되면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같은 망상이 섞인 농담이랄까?
2022년 3월 21일, 엄마가 고관절 수술을 했다.
수술까지의 과정은 참 미안하면서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 남짓 시골에서 혼자 지내던 엄마가 어느 날 저녁밥을 챙기다가 살짝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날부터 오른쪽 고관절부위가 조금씩 아프고 걷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 몇 년 전부터 지팡이, 보행보조기 등을 사용하며 나이에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결국 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근처 병원에 갔다. 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골절은 아닌 것 같다고,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아프다고 해서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했다. 의사는 고관절에는 이상이 없다고, 집에서 잘 조리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엄마는 계속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서울의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
진료 날짜가 되기까지 서울에 모시고 있으면서 날마다 산책도 하고 운동도 했다. 어느 날 움직임이 조금 좋으면 나으려나 보다고 운동 영상을 찍어 6남매 단톡방에 공유하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병원 진료날이 되었고, 그동안의 검사 결과를 생각하며 큰일은 없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왼쪽 골반뼈가 골절됐고, 인공고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고관절뼈가 골반뼈를 치게 돼 인공고관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관절수술이라는 한 마디를 듣고 아득해졌던 그때를 돌이키는 것도 쉽지 않다.
때는 코로나 시국. 병원 출입도 쉽지 않은 시기에 엄마는 입원을 하고 수술을 했다. 정형외과는 무조건 간호·간병 통합병동 입원이 원칙이라고 했다. 때문에 보호자가 머물 수 없는 상황이라 그 고통을 엄마는 오롯이 혼자 겪어야 했다. 수술하는 날, 수술실에서 나와 병실에 올라가기 전 검사를 하러 다니는 그 20분 정도 엄마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다. 그 후 퇴원하기까지 2주 간 엄마는 아프고, 힘들고, 서러운 시간을 혼자 견딘 셈이다.
병원 밥은 또 왜 그리 맛이 없는지......
가뜩이나 입맛 없는 병원 생활. 데치고, 삶고, 굽는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볶고 튀기고 지지는 기름기 많은 병원 음식은 그 자체가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냥 구우면 맛있는 생선을 뭐 하러 튀김옷 입혀서 지지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하는 고정 멘트였다.
적지 않은 연세에 잘 먹지도 못하면 회복이 안 될 것 같아 매일 반찬을 하고, 죽을 끓여 병원을 오갔다.
먹을 것을 가져가 병원 밖에서 마냥 기다리거나 방호실에 두면 간병인이 와서 병실까지 가져다주는 형식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바쁘고 힘들어 눈을 흘기는 간병인들을 애써 모른 척하며 엄마가 한 입이라도 먹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엄마는 나와 동생이 사는 서울 집으로 퇴원을 했다.
엄마 퇴원을 대비해 병원 침대도 빌리고, 휠체어도 빌리고 나름 준비를 했지만 골반뼈가 붙을 때까지 6주간 꼼짝 못 하고 침상 요양을 해야 하는 엄마의 상태를 생각하면 모든 게 부족한 듯 느껴졌다.
골다공증이 심각한 엄마는 퇴원 후에도 매일 인슐린 주사처럼 골다공증 치료주사를 맞아야 하고, 실밥 풀 때까지 동네 병원에 다니며 소독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뼈가 붙은 이후를 생각해 누워서 운동도 해야 하고, 혹여 욕창은 생기지 않을지 살피기도 해야 하고......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숱한 것들을 머릿속에 넣어놔야 했다.
퇴원하는 날 간호사에게 주사 놓는 법도 배우고 나름 각오를 하며 그렇게 6주 간의 침상 요양에 들어갔다.
<이미지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