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잔잔한 강의 돌다리 중턱에 앉아 그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밑으로 빠르게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던 와중에 저 멀리서 한 번씩 물 위로 물고기들이 튀어 오르며 잔잔한 강 위로 크고 작은 파동이 이는 순간이 눈에 띈다. 물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물고기가 물 밖에서 숨을 쉬는 찰나의 순간. 그 짧은 순간에 물고기의 튀어 오름이 마치 온몸을 던져 세상 밖으로 살기 위해 내딛는 투혼인 것 같아 마음이 아려온다.
물속에서의 물고기는 아가미를 여닫으며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호흡한다. 물에 사는 물고기도 다른 동물과 같이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다. 다만 물속의 산소량이 낮을 경우에 한숨을 크게 내쉬기 위해 큰 몸짓으로 물 밖으로 튀어 오른다. 아마 물고기들은 오래전부터 물속의 산소로 숨 쉴 수 있게 적응하며 물고기의 작은 세포들은 살기 위해 최소한의 산소로도 호흡하는 법을 익히는 연습을 해 왔을 거다.
끝없는 우울이라는 물속을 헤매고 있는 내게 글과 내 곁의 자연은 한 번씩 물 위로 숨 쉬러 물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자유로움이고, 한번 크게 내쉰 숨으로 물속에서 오래 숨쉬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는 순간이다. 때론 내가 살아가는 물속이 너무 답답해서 이대로 물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도 있지만, 물 밖으로 나간 물고기에겐 죽음밖에 없다는 걸 안다. 조금 버거워도 이 물속이 내겐 숨 쉴 곳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사는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을 익히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다. 이렇게 매일 숨 쉬다 보면 언젠가 '숨 쉬길 잘했다!' 는 순간들을 마주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서.
내가 사는 물은 너무 깊고 춥다. 강의 상류처럼 유속이 빨라 때론 물살에 정신없이 휩쓸리기도 쉽지만 나를 잃지 않고 물속에서 조금씩 더 살아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물 밖에서 크게 내쉬는 한숨으로 물속에서도 적은 산소로 살아가기 위한 숨의 배분을 한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사는 이 물속에서도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