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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Sep 12. 2024

푸른 여름을 보내며

철원 와수리에서 보내는 여름의 끝자락


9월 초, 가을의 문턱에
와수리에서 보낸 한낮의 행복했던 시간.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이제 막 시들기 시작한 여름의 꽃, 수국.​​

진작에 졌어야 하는 꽃이지만 우리나라 북단에 위치한 와수리에는 여름이 꽤 늦게까지 머물러있다.



와수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언제 와도 푸르른 기와 물결​​



이 시기에 피어나는 꽃들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이 곳의 긴 겨울동안 무척 그리울 꽃들.

꽃들이 앞다퉈 제 색을 제일 찬란하게 빛내는 시기이다.


계절에 따라 기와 물결엔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다.
가을을 예견했는지 분홍빛 꽃잎을 제일 예쁘게 피워낸 코스모스. ​​


곧 사라질 초록빛 세상을 되도록 오래 눈에 담아본다.
이곳에선 지금이 제일 푸르르다.


몇 달 전엔 초록색으로 작았던 포도가 보랏빛으로 영글어가고 있다. 자연을 꾸준히 지켜보다 보면 마주치는 순간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모른다. ​​

자연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제 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이름 모를 진한 색의 분홍빛 꽃도 소담하게 피어있다.



기와물결의 옆, 항아리 앞에 놓여있던 꽃.
달라지는 계절마다 만개한 꽃들이
마치 원래부터 제 자리 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 곳의 곳곳에 놓여있다.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제일 큰 이유.​​



와수리 곳곳에는 무궁화가 피어있다.
이 곳에도 지금 만개한 무궁화가 있다.
마치 그림처럼 제일 크고 화사하게 빛난다.​​



푸른 자연과 하늘색 하늘 밑에

다양한 꽃들을 품은 고즈넉한 기와 물결,
이곳에 있는 게 당연한 것 같은 곳이다. ​​
내가 늘 휴식을 얻고가는 감사한 곳.


언제 와도 따뜻하고,
잔잔한 재즈가 흘러 머물기 좋은 곳.
나는 항상 이곳에서 혼자보내는 시간 속에 치유받았다.​​



직접 구움과자를 만드셔서 이날 먹은 까눌레와 휘낭시에.
이곳에 가면 당연하게 늘 마시는 바닐라 우유.
온전히 내가 나로 휴식을 취하는 순간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까치 한 마리가 종종거리며 정원의 잔디 위를 걷고 있다.
여유로운 몸짓을 잠시 바라보며 나도 같이 휴식한다.
이런 찰나의 순간들이 참 감사하다.​​



와수리에 오면 항상 찾는
 쉬리공원도 내가 참 사랑하는 곳이다.
한여름을 알리는 능소화가 기력을 잃고 떨어지고 있었다.
능소화가 제일 예쁠 계절이 지났으니
정말 지금이 가을의 문턱인 게 맞구나 싶었던 순간.



유유자적 돌다리도 건넜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끔 여기서 가만히 앉아 물을 바라보다 보면 물고기가 잠시 숨을 쉬러 튀어 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



비눗방울과 쉬리공원.
보기만 해도 눈 시리게 예쁜 이곳을 더 예쁘게 만들어 준,
이곳과 닮은 미소를 가지고 있던 귀염둥이.



웃으며 비눗방울을 날리던 아이에게 행복이었던 순간.
나도 이 순간을 행복으로 기억할 거야. ​​



무심코 돌아보는 곳이 다 벅차게 예뻤던
쉬리공원에서의 해 질 녘​​



가을의 문턱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
곧 제일 먼저 이 곳엔 겨울이 올 테고 잠시 뒤면 이 산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하얗게 눈으로 뒤덮일 거다.
그럼 그 산을 보며 또 오늘의 초록을 기다리게 되겠지.
나는 지금의 와수리를 오래 마음속에 담고 싶다.



와수리의 여름은 너무 덥고 힘들었지만 다양한 꽃과 식물들은 이 계절 안에서 빛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빛나고 소중했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내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숨 쉴 곳, 와수리.
늘 그곳에 그대로 와수리가 존재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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