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여행자 Aug 02. 2022

히야, 진짜 열심히들 산다

고독하고 친절한 소설 쓰기 가이드 (#3. 주요 인물)

학교에서 소설을 배울 때 분명 몇 번씩 밑줄을 치셨을 겁니다. 주관식 답안으로 나오기도 했을 테고요. 소설의 구성의 3요소는 ‘주제(Theme), 구성(Plot), 문체(Style)’입니다. 그리고 소설 구성을 다시 ‘인물(Character), 사건(Story), 배경(Setting)’으로 구분합니다. 둘을 가끔 혼동하는 분이 계신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구분이 됩니다. 여기서는 ‘소설 구성의 3요소’ 중 핵심인 ‘인물’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쓰는 소설 <내일은 오를 거야, 제발>의 주요 등장인물은 한남동 다섯 친구, 그러니까 5명입니다. 캐스팅은 제멋대로 해봤습니다.


현태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개미지옥에 빠졌을까?”
△ 주식에서 재미 좀 보고 자신을 상위 5%라고 믿는 직장인

주식을 시작하고 ‘현타’를 자주 겪는 흙수저 출신 한남동 까칠 수재.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공기업 차장. 6년째 기러기 아빠로 외롭게 사는 중. 겉으로는 잘 나가지만, 속으로는 회사 탈출만 꿈꾸는 이명(耳鳴) 환자. 똑똑한 머리만 믿고 주식하다가 연봉 2배쯤 되는 금액을 아내 몰래 넣어 그 절반을 날렸다. 1년 전 영끌해서 산 20년 된 7억 아파트가 거짓말처럼 10억이 되는 걸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올라가는 금리에 한숨이 깊어진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걸까?


재호 “애매한 재능은 저주라는데,
이제 그만 포기할까?”
△ 친구 따라 ETF와 테마주에 올인한 책방 도령

‘재’능은 모‘호’한데 꿈만 큰 프리랜서 기자. '국문과는 굶는 과'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설가가 되겠다며 들어가더니 계약직 전전. 반포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뷰(View)만 좋은 보광동 옥탑방에서 독거생활 중. 10년 사귄 여친과 결혼을 꿈꿨으나, 집이 없어 실연. 주식으로 종잣돈만 좀 벌어보려 했는데, 이런 젠장 물렸다. 벼랑 끝에 몰려 10년째 써 온 소설을 접고 많이 늦었지만 4대 급여를 주는 직장에 들어가려 발버둥 치는데….

어린 시절의 꿈이야 뭐, 조금 접어두지 뭐.


용대 “테마주 먹고 우량주 물 타가며
여기까지 왔다. 가즈아!”
△ 도마뱀처럼 치고 빠지는 뻔뻔한 전문 투자자

아버지 실종 후 온갖 알바를 전전한 개털 흙수저. 코로나 직전에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개천에서 ‘용대’따. 돈 냄새를 잘 맡고 능청맞은 전업투자자. 이재용 부회장처럼 이름에 ‘용(龍)’이 들어가야 부자가 된다며 자기를 '빅드래곤'으로 불러달라는 토테미즘 신봉자. 자수성가해 한남동에 20억 아파트를 산 자본주의 우등생. 테슬라 주식만으로 9억을 번 레전드의 주인공. 늦은 결혼을 앞두고 모인 친구들에게 아무렇게나 주식 이야기를 꺼냈는데, 뭐야 이거 반응이 장난 아니다.

니네들 나랑 돈 좀 만져볼래?


무환 “자본주의에서 살면서
주식을 몰라도 정말 괜찮은 걸까?”
△ 예적금만을 재테크로 알고 살아온 수학교사

교장선생님 부모 밑에서 별다른 근심과 걱정 없이 예적금으로 살아온 유비‘무환’ 은수저. 한 번도 가난해본 적이 없는 안빈낙도 실현자. 머리가 아플 때마다 취미로 미적분과 방정식을 푸는 노잼 수학선생님. 주식은 홀짝보다 승률이 낮다며 용대의 제안을 거절한다. 알고 지내던 도덕 선생님과 무난하게 결혼한 범생이 남편. 그런데 주식에 관심 없다더니 친구들 몰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채굴 중이다. 그것도 최신형 그래픽 카드를 설치한 컴퓨터 3대를 돌리면서.

야, 나도 좀 살짝 껴줘.


윤택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데
뭘 그렇게들 하려고 애쓰고 그래?”
△ 억대 예수금을 돈놀이하는 가치투자자

3대째 ‘윤택’한 한남동 찐부자. 박나래가 산다는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 거실에 한강을 액자처럼 걸어두고 사는 이태원 건물주. 취미로 다니던 월 200의 소박한 직장을 술김에 때려치우고 20년째 놀멍 쉬멍 구직 중. 코로나 폭락장에서 심하게 물렸지만, 억- 소리 나는 물타기로 결국 빨간 불에 나오는 불굴의 자산가. SK하이닉스와 현대차에 자발적(?) 존버 중. 자본주의 사기 캐릭터인 그에게 부족한 것은 딱 하나, 아무도 몰래 자꾸만 빠져가는 정수리라는데….

니네들 참 열심히도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벼락거지만은 피하고 싶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