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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Jun 18. 2024

나의 아주 작고 오래된 습관

내겐 어찌 보면 좋고, 조금은 고집스러운 습관이 있다.

어딜 가든 그 후에 만날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라도 꼭 사 온다는 것.


연인이 있을 때엔 지나다니다 그가 좋아하는 색의 물건,

좋아할 만한 엽서, 티, 그냥 내가 주고 싶은 물건들.


비단 연인에게 한하지 않고 다른 지역이나 해외를 가면

이건 누가 좋아하는 건데. 이거 사다 주고 싶다.

저건 사서 누굴 줘야지, 하며 이것저것 사다 보면

막상 내게 남은 나를 위한 물건은 거의 없더라.


물욕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내 사랑 방법 자체가 “줌”

"베풂"에서 사랑을 느끼기 때문일까.


정말 대단한 물건이 아니라도 그 사람을 위해 뭔가를 사서

주기까지의 순간은 두근거린다.


그리고 거의 무언가를 돌려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니까.


내가 물질적으로 무조건 충분해서도 아닐뿐더러,

경제적 의식이 없어서도 아니다.


하지만 기뻐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면, 내 마음엔 따스한 마음이 차오른다. 그 안에는 가끔 내게 물질적으로 돌아올 때도 있지만, 내게 그보다 기쁜 것은 그때 그거 너무 고마웠다고. 내 마음을 알아주었을 때였다.


어찌 보면 나쁜 말로 남만 생각하고 자기는 못 챙기는 어리숙하고 바보 같고 소위 호구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기쁨 방식은 이렇다.

그래서 당신에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선물했을 때,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다. 그것이 당신에게는 부담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편지도 선물도 내게는 그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당신의 사랑스러운 말을 듣는 것으로 내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찼었다.


이제 내 마음을 채워줄 당신은 없지만, 당신과의 추억과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변화하던 우리의 모습이 가끔 기억나서 그때 가장 아직 아프다.


이것이 나의 아주 작고 오래된 습관이다.

글 쓰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작은 편지라도 함께 주는 것 또한 버릇이다.


23.02월 남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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