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by 홍미

이제 운동은 나의 하루에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평소에 활동적인 스포츠를 좋아하긴 했지만, 운동이 이렇게까지 내 인생에 깊이 들어올 줄이야.

사실 이렇게 된 건 태어나 가장 큰 아픔을 느끼게 만들었던, 목 디스크라는 놈 덕분이다.


여느 직장인이나 그렇듯 목과 허리 과부하는 이제 자연스럽게 치부하던 무렵,

아침에 머리를 감는데 난데없이 등 쪽에서 두둑 소리와 함께 팔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팀장님께 출근 도장만 찍고 간 병원에서, 목디스크 진단과 함께 주사치료를 받았다.

한 달 동안은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목 보호대를 했고, 그 이후엔 운동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


먼저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해, 한껏 말린 내 굽은 등과 어깨를 펴줘야 했다.

처음부터 혼자하면 다칠 위험이 있어 PT를 받으며, 퇴근 후 매일 헬스를 하기 시작했다.

효과에 대해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점점 등과 어깨에 근력이 생기고 뻣뻣한 목이 풀어져갔다.


그 뒤로는 자연스레 목디스크로 인한 두통도 말끔히 사라졌고, 몸이 가벼워지니 삶의 질도 올라갔다.

그렇게 몸의 변화를 맛본 이후, 나도 모르는 새 친구들이 흔히 말하는 헬창에 가까워져 갔다.

식단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던 시점에,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 후 첫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오랜만에 치팅데이를 즐길 생각에 신나 있던 나에게, 친구는 난생처음 보는 수줍은 얼굴로 대뜸 말했다.


"나 너무 살 많이 쪘지..?"

"아니 잘 모르겠는데, 왜?"

"결혼하고 야식도 많이 먹고 그래서.. 너 보다가 나 보니깐 반성하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친구 얼굴을 다시 봐도, 겉으로 살이 많이 쪄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며 말했다.


"나는 너 살 많이 찐 지도 몰랐는데, 그리고 쪘더라도 신혼엔 다 그런 거지! 즐겨!"

"그렇지? 다행이다. 운동하는 사람 앞에 있으니깐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 봐!"


장난 섞인 친구의 말에 우린 웃음이 터진 채로 한참을 얘기했다.

친구는 앞으로 다이어트도 시작하겠다며, 이것저것 나에게 궁금한 걸 물어봤다.

살을 어떻게 빼야 하는지,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하는 건지, 식단관리는 매일 해야 하는 건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해 온 경험을 토대로 팩트 위주의 팁을 전수해 주었다.


친구에게 더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돌아보고 있는 와중에, 문득 일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왜 진작 안 했을까 후회하며, 벼락치기하듯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본사에서 온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며, 직원들과 분주하게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영어에, 서류를 만지는 내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속으로 그 간단한 인사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는지 모르겠다.

외국 손님이 내민 악수에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길었다면 겨우 10초 남짓한 시간이었을 텐데, 순간 세상 모두가 나에게 집중한 것만 같았다.

그건 결국 트라우마처럼 계속 떠오르는 장면이 되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잃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오늘 친구가 부끄러워하며 건넨 말과 행동들이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싶었다.

정작 남들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데, 나를 평가하며 자책하고 있었던 건 나 자신 아니었을까.

제대로 된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괜히 주눅 들어 포기했던 것들이 있는지 한번 더 회상하게 된다.


언젠간 또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서툴더라도 내가 배운 그대로 또박또박 말을 건네보고 싶다.

끝내야 할 과제나 미션처럼 건네는 것이 아닌, 눈을 보고 당당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다.

그렇게 내가 만들었던 두터운 벽을 조금씩 허물게 된 오늘, 나는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전보단 짙어진 즐거움과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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