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에서 조직개편으로 내 커리어와는 정반대의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며칠 밤을 고민하다, 결국 퇴사라는 결정을 내렸다.
업무 과중으로 이미 여러 차례 번아웃도 왔던 터라, 정말 쉼이라는 게 필요하다 생각했다.
서른 한살이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에, 이직이 아닌 퇴사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분명 일주일 전부터 대부분 정리했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챙겨야 할 짐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한아름 안겨준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나왔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나오는 수많은 직장인들 사이를 뚫고 지하철 역까지 걸어왔다.
짐이 많아 택시를 타고 집에 갈까 고민했지만, 언제 또 이 길을 올까 싶어 산책 겸 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려 날이 흐렸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화창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을 타기 전 잠시 벤치에 앉아, 맑은 하늘을 핸드폰에 담았다.
오늘 8년이라는 긴 회사생활을 마무리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날씨가 너무 좋아서일까.
나도 모르게 마음속 어딘가 울컥한 감정이 들어 코끝이 찡해졌다.
단순히 퇴사뿐만 아니라, 사실 한 달 전에 4년 연애에도 마침표를 찍었기에 온 마음이 공허해진 느낌이었다.
그간 당연하듯 내 옆에 있었던 것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견뎌내는 일은, 정말이지 결코 쉽지 않았다.
내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했던 노력과 들였던 시간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회사에도, 연인에게도 나는 딱히 속할 곳이 없다.
한때는 내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을 하고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안정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두렵긴 하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너무 오래 슬퍼하진 않으려고 한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잠시 접어두고, 내가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나가듯 유튜브에서 본 한 교수의 명언이 자꾸만 맴돈다.
'인생이란 슬프고 힘들어서 아파하면서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그렇게 또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오늘도 잠들기 전 찌질하게 한바탕 울어버린 30대 백수이자 솔로가 감히 또 다짐을 해본다.
내일은 오늘보다 딱 한 방울만 덜 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