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그동안 안녕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이 글을 언제야 발행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밤 11시, 이 집에서 깨어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아이의 방 침대에 같이 잠드려 누웠다가 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고, 나는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지만 그럴수록 각성이 되는 듯한 기분에 아이의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아이의 전구색 노르스름한 스탠드를 켜고 잠을 청하기 위해 틀어놓았던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곡은 끝을 모르고 자동재생되고 있다.
나는 여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녁 9시만 되면 잠이 들고 누군가 깨우기 전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회사 생활을 관두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그저 시간 강박에 쫓겨 내일 아침의 컨디션이 걱정돼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었던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실상은 저녁에 정신이 말짱해지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과 많은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올빼미족이었다는 것을.
아이의 침대에 누워 의사 선생님께 "선생님, 저는 잠자리에 누워 3시간이 지나도 잠을 못 자요.'라고 말했던 오늘의 일이 기억났다. 의사 선생님은 잠자리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며 차라리 많은 아이디어와 계획이 떠오를 때는 핸드폰에 계획을 적어놓고 잊어버리고 잠에 들든지 아님 요가나 명상을 하라고 자라고 하셨다. 그럴까? 아냐. 그냥 잘까? 요가를 하고 자면 인생이 덧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나 같은 백수에겐 정말 큰 의미가 되진 않을까? 개운하게 한번 하고 잘까?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게 되었다.
나는 내 인생의 우울한 내역들을 주르르 나열하는 일에 대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 나는 우울한 나의 이야기와 아이의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울에 관한 이유와 증상들을 나열하면서 나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의미 없던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고 원인으로 낙인 시키고 굳이 안 좋은 기억을 스스로 되뇌고 상기시키고 있던 건 아닌지. 일상 기록, 에세이가 아닌 데스노트와 같은 의미 없는 증상 나열에 불과하진 않았는지. 많은 고민 끝에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는 연재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가 평소에 머릿속에 품고 있던 다양한 상상의 내용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라이트 한 소설이라든지 이런.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글을 말이다.
그동안 '안녕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를 읽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