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시간을 쏟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과 평화? 아니, 공부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거의 평생 동안 공부한다. 10대에는 입시를 위해, 20대에는 취업을 위해, 30대에는 승진을 위해, 40대에는 은퇴 후의 삶을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는 공인중개사던 뭐던 제2의 삶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 자기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와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영어회화를 중얼거리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까지 말 그대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에 "미친" 나라 (뉴데일리, 2011. 12. 15.)
오바마 대통령도 인정(?)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학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한 것 같다. 2022년 기준 한국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세계 최고이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76.2%로 학생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엄청난 나라이다. 강대국인 미국, 일본, 영국 정도는 가볍게 재낀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한국의 교육열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대학이나 가랴?! 우리는 명문대 졸업장을 원한다. 왜냐하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인생의 난이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교에 갈수록 좋은 선후배를 만날 수 있고, 취업, 승진, 사업 등 사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쉽다. 그러다 보니 대학 졸업장은 또 하나의 계급을 만들어낸다. 바로 '학벌'이다.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성한(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등 학벌은 카르텔과 서열을 만들어낸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나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 인사가 대표적이다. 한편, 지방에 있는 대학교는 속된 말로 ‘지잡대’라고 조롱받기도 한다. 이러한 학벌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개인의 가치를 정의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의 요직도 명문대 출신이 꽉 잡고 있기 때문에 명문대 출신은 좋은 선후배들을 통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반면, 비명문대 출신은 가지고 있는 능력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명문대에 가고 싶고,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고 싶어 한다. 결국 학벌로 점철된 교육 수준은 자산과 같이 사회의 계층을 구별하는 요소인 것이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
학벌에 대한 열망은 공간적으로도 표현된다.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는 '학군지'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주지를 기반으로 통학이 가능한 범위를 지정한다. 그 범위 내의 학교들의 집단(군)을 '학군'이라고 한다. 학군지는 학군이 좋은 곳인데, 결국 주변 학교의 수준과 교육환경이 우수한 지역인 것이다. 학군지에서 자녀를 양육하면 당연히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교육 프리미엄이 붙어 비싼 아파트 값에도 불구하고 학군지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자원을 투자하고 총력전을 불사한다. 이처럼 교육은 학군지와 비학군지의 지역 격차까지 발생시킬 만큼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서울 3대 학군지 (KT estate)
이런 학벌에 대한 사랑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회학자가 있다. 이제 그분의 렌즈를 통해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학군지 선호 현상을 고찰해 보자!
2. 부르디외의 재생산 이론
오늘 모실 사회학자는 부르디외(P. Bourdieu)이다. 부르디외는 고전사회학의 3대장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 이후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사회학자 중 한 명이다. 특히 아비투스(habitus)와 장(field), 자본(capital)에 기반한 그의 사회이론은 사회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부르디외의 대표작 ‘구별짓기(Distinction)'에는 특히 그의 독특한 문화자본 개념과 오늘의 주제인 교육에 관해 논의되어 있다.
부르디외와 그의 저서 '구별짓기'
우선 부르디외의 자본에 대한 개념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는 자본을 떠올릴 때 흔히 재산, 돈, 부동산, 외제차 등 물질적인 자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부르디외에 따르면 이는 여러 자본의 형태 중 하나인 '경제자본(economic capital)'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자본 이외에 더 많은 형태의 자본이 존재한다. 일단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 있다. 사회자본은 개인이 속한 사회연결망, 즉 인맥으로 결정된다. 우리가 엘리트들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지, 인간관계가 넓은지, 얼마나 중요한 사람과 알고 지내는지가 중요하다. 다음은 부르디외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다. 문화자본은 교육 수준, 예술적 감각, 사용하는 언어 습관 등과 관련이 있다. 돈만 많은 졸부와 사회 엘리트를 구별짓는 가장 큰 요소이다. 엘리트일수록 높은 학력에 예술을 사랑하고, 고상한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 자본의 형태는 '상징 자본(symbolic capital)'으로 이어진다. 상징자본은 사회적 명예와 명성에 기반한 상징적인 지위이다. 남천동 사는 서장이랑 밥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다 했다는 최익현 씨는 사회자본으로 상징자본을 얻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다양한 자본의 형태들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부르디외 이론의 또 다른 중요 개념인 아비투스는 개인이 어떤 자본을 축적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비투스는 개인에게 체화된 사회구조를 뜻한다. 좀 더 간단하게 풀자면, 개인의 행동, 인식, 취향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회적 습관은 개인이 처한 경제,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형성된다. 따라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유사한 아비투스를 가지고 있는 반면, 상이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아비투스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저소득층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에 시달린 사람과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각종 악기와 언어, 예절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은 기본적으로 삶의 가치관, 취향, 생각 등이 많이 다를 것이다. 둘 중에 문화자본을 축적하는 데 유리한 건 당연히 상류층 집안 자제가 아닐까?
계층 간 아비투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
장은 아비투스를 발휘하면서 특정 자본을 위해 경쟁하는 사회적 공간 혹은 무대이다. 좀 더 쉽게 풀자면 예술계와 같이 '~계' 혹은 정치 바닥과 같이 '~바닥'을 떠올리면 된다. 부르디외는 사회를 여러 장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보았다.사람들은 이러한 장 속에서 더 많은 자본을 얻기 위해 투쟁한다. 각 장에서는 고유한 규칙에 따라 축적한 자본으로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예술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본은 문화자본이다. 예술장에서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로 문화자본을 쌓아 올린 비평가는 예술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의 가치를 별 다섯 개와 한 줄로 평가하는 저명한 영화평론가는 예술장에서 높은 지위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평론가는 경제자본에 기반한 금융장에서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예술장과 금융장의 규칙과 중심이 되는 자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평론
지금까지 살펴본 자본, 아비투스, 장이라는 부르디외의 사회이론을 꿰뚫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교육은 아비투스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는 교육은 학생들의 태도, 행동, 사고방식, 취향 등을 형성한다. 즉,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랐는지가 중요하다. 수준 높은 교육으로 형성된 아비투스를 발휘하여 입시장에서 성공한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과 학벌이라는 문화자본을 얻게 된다. 학벌로 획득한 지위는 취업장에서도 인정받아 높은 연봉이라는 경제자본으로 교환되기도 한다. 학벌은 또한 훌륭한 동문들과의 연결고리로써 사회자본 축적에 활용되어 다양한 장에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다양한 자본을 축적한 사람들은 또다시 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아비투스를 형성하고, 각 장에서 우위를 점하여 자본을 대물림한다.결국 교육이 권력의 재생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 내어 계층을 '구별'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교육은 사회적 계층구조를 재생산하는 중요한 매커니즘인 셈이다. 이것이 부르디외가 정립한 재생산 이론(reproduction theory)이다.
부모의 경제자본이 자녀의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
3. 학군지와 아비투스의 형성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교육에 의한 권력의 재생산과 구별짓기 현상이 쉽게 관찰된다. 풍부한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어, 높은 학력 수준을 갖추고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중상류층 부모들은 일찌감치 학군지에 자리를 잡고, 좋은 학교와 학원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킨다. 그러다 보니 학군지에는 비슷한 수준의 중상류층들이 모이게 되고, 자연히 집값은 높아지며 경제자본을 축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녀들의 학교와 학원으로 형성된 부모들의 네트워크에서는 입시에 대한 고급 정보가 오가며 사회자본이 축적된다.
부모의 문화자본은 자녀의 학력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학군지의 훌륭한 교육환경은 아이들의 아비투스 근간이 된다. 학군지에서 성장하는 동안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중상류층 어른들이나 본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이다 보니 일찌감치 중상류층의 취향, 사고방식, 습관이 체화된다. 대체로 학군지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 아비투스로 인해 공부에 진심이고, 크게 일탈하지 않으며,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가 있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 김 씨는 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김 씨는 과거에 5년 정도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던 적이 있는데,학군 좋은 신도시 학생들과 열악한 구도심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매우 달라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아비투스를 토대로 명문대 입학을 위해 공부하는 학군지 아이들은 부모님의 경제자본, 사회자본, 특히 수준 높은 문화자본을 전수받아 교육장에서 비학군지 아이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높은 학력 수준과 가치관(문화자본), 교육비를 뒷받침할 재력(경제자본), 학군지 엄마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입시 정보(사회자본)로학군지 아이들은 명문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커진다.이에 따라 학군지는 비학군지와의 구별지어지며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을 재생산하는 공간이 된다.
교육환경이 상이한 아비투스를 형성한다는 의견 (블라인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교육특구'라는 상징적인 명성을 얻어 학군들 중의 학군이 된 곳이 바로 서울 강남8학군이다. 강남의 학군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자 파워엘리트들이 밀집한 강남을 만든 원동력 중 하나이다. 강남이 원래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일찍부터 인구와 주요 시설이 밀집해 있던 강북지역과 달리 강남지역은 1960년대까지 미개발지였다.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1960년대 서울 강북 소공동과 강남 압구정동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발 추진으로 강남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교통 인프라와 생활편의 시설 등이 들어섰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강북지역 명문 고등학교들의 이전이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전체 143개 고등학교 중 강남에 위치한 고등학교는 25개교에 불과했을 만큼, 강남은 교육특구는커녕 교육낙후 지역이었다. 이런 강남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정부는 강북 명문고등학교의 강남 이전을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명문고로 잘 알려진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숙명여고, 중동고, 동덕여고, 경기여고, 서울세종고 등이 강남으로 이전하였다.
강남으로 이전한 강북 명문고등학교들 (비즈워치, 2018. 04. 13.)
명문고의 이전으로 강남이 새로운 교육 중심지가 되면서, 수많은 학원이 연쇄적으로 강남에 개원하였다. 새로 지어 쾌적한 생활환경과 명문고, 좋은 학원들이 밀집한 학원가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고학력 중상류층 인구의 유입을 가속화였고, 강남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교육특구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강남지역 학군의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런 훌륭한 교육환경은 강남만의 수준 높고 차별화된아비투스를 형성하였다!
2021년 서울 지역별 서울대 합격자 (서울경제, 2021. 10. 19.)
물론 강남을 비롯한 훌륭한 학군지가 아니더라도 노력에 따라 비학군지 학생들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고학력 중상류층 부모님으로부터 풍부한 문화자본을 전수받은 학군지 출신 학생들의 취향과 사고방식은 비학군지 출신 학생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옷입는 것, 비전과 목표, 대화 방식, 교수님과 선/후배를 대하는 태도, 과/동아리 활동, 식문화, 취미생활 등 일상생활 면면에서 이러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에 따라 동일 대학에서도아비투스의 차이로 인해 서열이 구별되고 있다. 특히 학군지의 아비투스가 주류인 명문대에서 지역균형전형,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암암리에 조롱받기도 한다. 이러한 아비투스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을 자녀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기에, 우리는 더더욱 학군지를 열망하며 안 그대도 뜨거운 교육열에 기름을 붓는 것이 아닐까.
대학 내에서의 구별짓기 (서울신문, 2013. 12. 13.)
4. 아비투스를 바꾸는 도시의 힘
물론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전쟁 수준의 기이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학생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명확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학들이 흔들리며 교육 수요의 감소로 수많은 학원들이 망할지도 모른다. 이 예견된 위기는 학군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아마 학군지의 명성은 더 강해질 것이다. '하나만 낳고 잘 기르자'는 저출산 시대의 모토에 귀한 아이들을 아무 곳에서나 키우겠는가?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려고 부모들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경쟁에 기반한 입시와 교육 제도가 유지되는 한 학군지는 건재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학군지에만 사람이 몰리다 보니 주변 지역의 교육환경이 무너져 지역에 따른 구별짓기가 심화될지도 모르겠다.
교육으로 인한 계급 차이가 공고화된 도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르디외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할 교육 현장이 실제로는 권력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누구나 수준 높은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아직까지 정답은 없지만 여러 시도가 있다.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lìn) 시가 그 대표적이다. 메데인은 마약 카르텔로 악명 높은 범죄와 빈곤의 도시였다. 이곳 아이들의 아비투스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지는 뻔하다. 이런 악조건에서 2003년 메데인에서 나고 자란 세르히오 파하르도(Sergio Fajardo)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파하르도 시장은 2007년 건축가 히앙카를로 마산티(Giancarlo Mazzanti)에게 의뢰해 메데인의 가장 가난한 빈민가에 멋진 도서관을 지었고,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로 연결하였다. 고립되어 있던 메데인의 빈민가는 도서관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부로 찾는 곳이 되었고, 빈민가 아이들은 마약에 손대는 대신 책을 읽게 되었다! 이후에도 메데인 시는 빈민가에 도서관 건립과 교육 예산을 투자하며 "기업 하기 좋은 도시" 대신 "가장 교양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도시혁신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메데인 시의 빈민가에 위치한 Spain Library Park (박용남, 녹색평론 167호)
물론 도서관 하나가 교육의 불평등 재생산 문제를 드라마틱하게 해결해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도 원래 교육낙후 지역이었다! 전략적인 도시 정책은 교육낙후 지역도 교육특구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열악한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부모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정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렇기에 도시는 교육 불평등에 해결하기 위한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명심하자. 도시는 아비투스를 변화시킬 수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1930 - 2002)
부르디외는 프랑스 남부 딩겐(Denguin)의 시골 마을에서 우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골 마을의 수재였던 부르디외는 고등학생 때 파리의 명문 루이르그랑 고등학교(Lycée Louis-le-Grand)로 전학하였고, 파리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e Supérieure)에 입학하여 철학을 공부하였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부르디외는 알제리 전쟁에 징집되어 알제리에서 복무하기도 하였다.
귀국 후 부르디외는 파리 대학(Université de Paris), 릴 대학(Université Lille Nord de France), 사회과학고등연구원(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을 거쳐, 프랑스 최고 국립교육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의 사회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시골 촌놈'이었던 부르디외는 프랑스 귀족들과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명문대에 입학하여 심한 차별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이 부르디외를 대표하는 아비투스, 장, 문화자본, 그리고 교육의 불평등 재생산 이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부르디외는 사회구조와 권력의 재생산을 심층적으로 연구하였고, 교육,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의 사회이론은 여전히 사회학, 교육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