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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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나의 갈증
또다시 달려온 한강에서
퍼올린 나의 갈증
큰 접시에 담긴 물
목마른 사내들
목을 축일 수 있을까?
핥아버린 접시 바닥
갈증 나는 한강 물
깊이도 없이 말라버린 접시에
한 방울 반짝이며
남아있던 물마저
햇볕이 반짝거리며
핥아버린다.
날아가던 새마저
접시 위에 똥을 싸고
비웃듯이 찍찍 소리 내며
날아간다
내 손위에 있던
큰 접시 바라보며
타는듯한 갈증에 숨이 멎는다
한강에서 남겨있던
의식의 나무는 더
초췌해진 시 한 편을
긁적 긁적이며
목마르지 않을
나의 한강을
멀리 떨어져서
희망을 바라보며
한강은 또 다른
나의 갈증을 불러 일으킨다
문학, 문인, 예술,
보이려고
하는 행위
씁쓸한 기억
내 속 빈 강정은 더 말라
비틀어졌는데
내 슬픈 자화상에
얼굴을 짓밟으며
고개 쳐 박은
한강에서
나의 갈증에
소리 내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