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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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왔어요
소년이 묵묵히 참아낸
슬픈 계엄령
광주 시민의 절규가
비통하게 다시 들려오는데
아파도 너무 아파
추녀밑에서 비를 피하여
목격한 소녀의 '한강'은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어
세계가 축하하는 날
다시 만나기 싫은
그 소년과 마주하였다.
국회의사당에서
"타타타 타타타"
헬기소리와 함께
귀를 막은 소년은
시민들을 불러들인다.
분노로 가득 찬 시민 속에서
소년도 청년도
현실이 아닐 거야 되뇌었건만
제2의 서울의 봄을
친위대를 결성하여
독재를 꿈꾸던 마왕은
그 소년과 마주하였다.
마왕이여! 멈추시죠?
"내 권력은 검사와 주술의 기도로
무소불위의 세상"
계엄군과 마주친 시민들
바로 이 순간, 소년이 왔다.
머리와 얼굴이 산홋빛 붉은 피로
범벅이 된 소년이 말한다.
"민주주의를
보여주세요"
마왕을 막아주세요!
서울에 오기 싫은 소년은
계엄령 선포로
다시 MZ 탄핵봉이 되어
국회의사당에서 볼 수 있었다.
계엄해제 가결안을 듣기 위하여
20-30대 청년들이
10대 소년들이 서강대교를 건너서
만원 전철을 타고서 42만 명이 빠르게
국회의사당에 집결하였다
'소년이 온다'의
한강소설은 마법처럼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시민들도
흐르던 한강도
이 날에 역사를 쓰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소년들과 마주쳐
부둥켜 안은채
잿빛하늘과,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서울의 봄을
전쟁의 참사보다 더 슬픈 날
언제까지 계엄령의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 것인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권은
소년이 오지 않도록
계엄령을 선포하면
바로 그 시간에 물러가겠다는
군주의 서약식에 서명을 해야 하는지
한국의 천박한 대통령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