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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에 도전했던 작은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1)

by 미친 PD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체조 단체전 규정연기. 루마니아에서 온 열네 살의 작은 소녀가 이단평행봉 앞에 섰다. 사뿐히 이단 평행봉에 오른 그녀는 아래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우아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체조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들은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뱉었고 환상적인 연기를 하던 작은 요정이 마침내 한 바퀴 반을 돌아 지상에 내려오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 함성이 터졌다.

루마니아에서 온 작은 요정이 이단평행봉 연기를 마치고 사뿐히 지상에 내려오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m2YT-PIkEc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단체전 규정연기 중 나디아 코마네치의 이단평행봉 연기

그런데 잠시 후, 전광판에 점수가 발표되자 경기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경기를 본 모든 관중들은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녀가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광판에는 불과 1.00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기계 체조의 만점은 10.00점. 심판석을 향해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루마니아 체조팀의 코치도 항의를 하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그때, 심판석에 있던 한 사람이 일어나 열 손가락을 폈다. 전광판에 찍힌 1.00점은 바로 10.00점이었던 것이다.

코마네치가 무결점의 환성적인 연기를 마친 후 전광판에는 1.00점이 표시되어 경기장은 술렁거렸다. 그러나 그 점수는 10.00점, 만점이었다.
세계 체조 역사상 최초로 만점을 받은 나디아 코마네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기계 체조의 채점 방식은 단 한 번의 실수나 미흡함이 없는 완벽한 연기를 10점 만점으로 가정하고 선수들의 연기에 따라 감점을 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10.00점은 사람이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점수라고 생각, 9.99까지만 표시되도록 전광판을 만들었고 따라서 10.00점은 근본적으로 표시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들은 고민 끝에 1.00점으로 점수를 표시한 것이다.

전관판의 1.00점이 10.00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웃음 짓는 코마네치

기계체조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에 채택된 이후 80년 동안 단 한 명의 선수도 받지 못했던 10.00점. 기계체조 역사상 최초로 만점을 받은 루마니아에서 온 이 작은 소녀는 본인의 또 하나의 주 종목인 평균대에서 다시 10.00점을 받았고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승까지 무려 7번의 만점을 받았다. 80년 동안 그 누구도 받지 못했던 10.00점을 한 올림픽에서 7번이나 받으며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건 14세 소녀. 전 세계의 연인이 된 이 체조 요정의 이름은 바로 나디아 코마네치였다.

<다음 화에 계속>

주종목인 평균대와 이단평행봉에서 무려 7번의 만점을 받은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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