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출근길
줄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비슷했다. 유독 두 여자를 빼놓고는. 한 여자는 체형보다 큰 회색 맨투맨 긴 팔 상의에 물 빠진 데님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발은 흰색의 가벼운 운동화 차림이었다. 머리는 뒤로 말아 집게 머리핀으로 단정하게 고정했다. 검은색 어깨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깨가방 위에는 비닐가방이 하나 더 얹어져 있었다. 그 위에 손선풍기가 있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장우산을 곧게 짚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얼굴은 정면을 향하여 눈을 감고 있었다. 상념에 잠겨 있는 것인지 표정변화 없이 지그시 눈만 감은 얼굴이었다.
그 옆의 다른 여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스타일이었다. 짙은 검은색 머리칼에 검은색 반팔 상의와 검은색 치마를 입었다. 핸드백도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검다고 해야 할 장화를 신었다. 올해 갑자기 패션 아이템이 되어 한참 유행하고 있는 장화였다. 여자는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계속 살펴보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우산을 잡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왼손 팔목에는 스마트 시계가 오른손 팔목에는 마스크가 끼워져 있었다! 목 부분으로 시선을 움직였을 때,
'최고구나!'
감탄의 느낌이 내 머리 뒤로 선명하게 지나쳤다. 목에는 처음 언뜻 보기에 목걸이형 블루투스 이어폰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블루투스 이어폰보다는 전체적으로 굵고 원형의 끝 부분이 둥그렇게 이어폰보다 많이 크고 그물망 같은 형태였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잖아...'
이어폰일리 없었다. 흰색의 그것은 아마도 목걸이형 선풍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휴대전화로 검색해 보니 비슷한 이미지들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