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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항으로, 이들은 어디로

1월 24일 출근길

by 박유재 Jan 24. 2025

  '창문여고 앞'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어두운 하늘 아래 가로등이 뿌옇게 빛을 내리고 그 아래로 그림자 셋이 모여 있었다. 중 늙은 남녀와 젊은 여자였다.


  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캐리어가 중간 크기 두 개, 작은 것 두 개가 모아 세워져 있었다.

  ‘캐리어는 넉넉한 게 낫지…’

  남자는 얇은 푸른색 파카를 입고 여자는 등산용 점퍼를 입었다. 젊은 여자는 펑퍼짐한 오리털 파카를 입었다. 젊은 나이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여자와 젊은 여자는 모두 안경을 끼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마른 편이었지만 젊은 여자와 모녀 사이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닮은 얼굴이었다.


  젊은 여자가 공항버스 입간판의 노선도를 눈여겨본다.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QR코드를 찍는다.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모양새다. 그들은 뭐라 얘기를 나누고 여자는 어디론 가 움직여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날씨가 춥다. 잠깐 만에 어깨가 서늘하게 되고 다리에 찬 기운이 스며들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내였다.

  "어디야?"

  "창문여고지."

  "걸어갔어?"

  "버스 탔지. 1**버스."

  어제 공항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살펴봤었다. 창문여고 전 '북서울 꿈의 숲' 정거장이 걸어서 10분 정도로 집에서 가까워 ‘걸어갈까?’ 얘기를 했다.

  "추운데 거기까지 왜 걸어가?"

  아내는 반대했다.

  "집 앞에서 버스 타면 바론 데. 5분이나 걸릴까."

  "더 걸려, 10분은 더 걸릴 걸?"

  나의 반박이었다. 지도 어플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17분이 찍히었다. 잠잠해진 아내에게 말했다.

  "버스 타고 갈게."


  아내의 목소리는 계속이었다.

  "추울 텐데 셔츠 말고 두꺼운 걸 입지 그랬어?"

  "뭐얼, 금방이야."

  "거기 신*은행 있거든, 거기 들어가 있어."

  "그럴까, 보이지 않는데, 알았어."

  나는 이리저리 걸음을 옮겨가며 신*은행을 찾았다. 아내가 이어 말했다.

  "아니다, 그러다가 버스 놓칠라."

  "그렇겠네."

  "알았어, 조금만 참고, 잘 다녀와."

  "알았어, 잘 쉬고."


  통화하는 중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부녀로 보이는 남자와 젊은 여자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망연히 서있기도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정거장이 보이는 건물 입구 출입문을 움직여 보았다. 흔들린다. 출입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센서등이 켜졌다. 센서등에 노출된 채 움직거리며 몸을 풀고 공항버스 오는 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건물 안은 한결 나았다.


  6시 29분. 건물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공항버스가 기우뚱하며 나타났다. 창문여고 앞은 경전철 공사가 한창으로 길이 구불텅했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사가 내려왔다.

  "T1(터미널 1)으로 가시는 거죠?'

  "네, 네."

  남녀들이 서둘러 대답했다.

  운전사는 캐리어 하나를 들고 짐칸으로 움직였다. 어느새 나타난 여자와 아마도 가족이 확실한 그들은 캐리어를 들고 운전사를 따라 움직였다. 운전사가 캐리어를 싣는 걸 보고 있다가, 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버스에 올랐다.

  카드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단말기 표시창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짐을 다 실었는지 운전사가 올라오고 가족이 뒤를 이어 올라탔다. 운전사는 단말기를 조작하고,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 하려 하며 말했다.

  "세 사람이요."

  운전사가 말했다.

  "앞에 타신 분 먼저 하구요."

  내가 카드를 태그 했다. 단말기에 17,000원이 선명하게 찍혔다. 공항버스는 한꺼번에 태그가 되지 않는지 남자가 연거푸 태그를 했다.

그렇게 승차를 하고 자리를 잡은 후 버스가 출발했다.


  "아빠!"

  젊은 여자가 남자를 부르더니 찰칵! 소리가 들렸다.

  "잠 잘 잤어?"

  "…, 엄마는 한숨 못 잤어."

  아빠가 대답했다. 딸이 말했다.

  "난 카톡이 계속 오는 거야, 카톡 보느라 잘 못 잤어."

  "자꾸 눈이 떠져서…, 일어나 시계를 보고…"

  엄마가 끼어들었다.

  "흐 허어-"

  아빠가 크게 숨을 쉬며 가족의 대화가 짧게 끊겼다.


  잠시 후에 아빠가 다시 얘기했다.

  "… 택시 탔데."

  남는 캐리어 하나의 주인에게서 온 문자일 것이다. 이들은 공항에서 다른 가족 한 명과 상봉하는 기쁨까지 더하는 여행을 하게 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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