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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출근길에는 절실함이 있다

1월 28일 출근길

by 박유재 Jan 28. 2025

  잠결 속 창문을 울리는 소음이 거슬리게 들려왔다. 6시 30분. 하노이가 출근길을 알리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소음이 섞여 들렸다.

  빠른 템포의 가벼운 베이스 소리였다.

  "득 득 득 득, 득 득 득 득." 이어서,

  "드으 등 등 드응, 이잉 어엉 엉 엉."

  전자음을 더한 경음악이 들려오더니 알 수 없는 가사가 합쳐져 도시의 아침을 빠르게 깨우고 있었다.

  거기에 파열음과 같은 차량의 클랙슨 소리가 끼어들었다.

  "빵, 빠방 빵, 빵-"

  툭툭 치어대는 소리가 끊어지듯 이어지더니

  "빼에엥엥엥-"

  "빠빵빵 빵 빠바 빵-"

  격하게 내지르는 클랙슨 소리는 멀리서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아침잠이 사라졌다.


  하노이의 출근길을 볼 겸 밖으로 나왔다. 숙소로 이용하는 건물의 드롭오프 존에는 대기하는 차량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 나온 사람들은 차량 안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차량들은 도로 쪽으로 신속하게 멀어져 갔다. 대부분 한국사람들로 보였다.

  기온은 영상 12도이지만 높은 습기 때문에 날씨가 서늘했다. 도시의 열기가 밤 새 식으며 희뿌연 하늘에서 눅진한 빗발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맨투맨 셔츠에 청바지나 면바지를 캐주얼하게 차려입고 등가방을 메고 한국에서 흔히 보았던 복장이었다. 남자들의 복장은 뻔해서 자국민인지 아닌지 차림새로 먼저 알 수가 있다. 머리 스타일이며 안경 같은 액세서리까지 낯이 익으면 십중팔구는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사람은 한 자리하는 사람이겠군.'

  개 중에 재킷을 걸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지나친다. 머리가 헤벌쭉하고 듬성했지만 헤어 스타일은 단정했고 나이는 좀 있어 보였다. 차량의 기사가 나와서 반듯하게 인사를 하더니 역시나 빠른 탑승과 함께 멀어져 갔다.


  머나먼 이국에서 날마다 출근하는 마음은 어떨까? 나라가 다르고 도시가 다르고 환경이 다를지라도 어느새 익숙해지고 그러면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출근'이라는 동일한 본성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사거리는 있었다. 저마다의 출근길로 갈라지는 시발점.

  사거리 너머에는 차량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오토바이 무리가 차선 하나를 넘게 우글우글 모여서 대단한 위세를 드러내었다.

  직교하는 도로의 차량들이 저쪽에서는 좌회전을 하고 이쪽에서는 우회전을 하며 뒤섞였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밝고 꿀럭꿀럭거리며 다시 가속한 후 빵빵거리며 내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무질서하게 오토바이들이 차량들 사이로 유들유들 지나가며 자기들만의 줄을 만들었다. 끼어들고 멈칫하고 부딪칠 듯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서로서로 거리를 만들며 지나쳐갔다.

  신호등이 바뀌었다.

  "부르르릉! 부아아앙!"

  사거리 너머 차량들의 출발음이 울려 퍼졌다. 빵빵! 빠바바방! 클랙슨 소리가 동시에 터졌고, 헤드라이트의 불빛도 여기저기서 번쩍거렸다.

  한 무리의 오토바이들도 뒤쳐질 세라 가속하고 있었다.

  "가가강강 가가가강."

  "그르르르 르르르릉."

  "끌끌끌끌 끌글글 끄글끄글 글글글."

  "터덜 털털 터덜털 터덜터덜터덜."

  오토바이 소리들은 다양하게 시끄러웠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헬멧을 쓰고 몇몇은 마스크까지 썼다. 빗발은 계속 흩뿌리고 있었다. 빗발 때문에 더 진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토바이 운전수들은 알록달록 빨갛고 파랗고 검은색이거나 반투명한 판초우의 같은 폭넓은 우의를 너도나도 쓰고 지나갔다. 우비의 앞쪽을 오토바이 핸들 좌우로 넘겨 붙여 오토바이와 일체감을 만들었다.

  오토바이를 둘이 타고도 지나가는데 우의도 2인용이었다. 널찍한 판초우의를 두 사람이 고개만 내밀고 앞뒤로 펼쳐 지나가는 모습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만드는 혼돈의 장면에 이어 생경하고도 절실한 삶의 태도를 맛보게 하였다.


   이곳에서 만난 지인은 그 판초우의 안에 두 명 이상 타고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출근길의 절실함에 끝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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