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출근길
하늘이 파랗게 환하다. 동녘은 불그스레하다. 하늘을 배경으로 온갖 사물들이 선명하다. 하늘로 솟은 아파트도, 하늘을 붉게 십자로 가른 교회의 첨탑도 자신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6호선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중년의 남자가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있었다. 퍼런색 파카를 풀어헤치고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가로 숙이고 있었다. 오므린 어깨가 자못 불편해 보였다.
'애처로워 보이네…'
자리에는 일곱 명이 앉아 있는데 여자는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남자들로 다들 어깨가 서로서로 맞닿아 있었다. 한 겨울 추위를 벗 삼아 지내며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있어 자리는 더욱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잠을 청하는 게 대수다. 고개를 끄으덕 끄으덕 숙였다 세웠다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얼굴을 정면으로 향한 채 눈을 지그시 감은 사람도 보였다.
열차는 정거장을 지나며 승객들이 늘어났다. 객실 통로가 겹겹으로 채워지더니 출입구 주변까지 사람들로 들어찼다.
해가 바뀌며 조금 일찍 출근하기로 맘먹고 10분 정도 일찍 다니고 있다. 10분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르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중년의 남자는 이제 입을 헤벌쭉 벌리며 자고 있었다. 출근길 막간의 단잠을 어떻게 봐야 할 까.
열차가 신당역에 들어섰다. 승객들은 밀집한 상황에서 출입구로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옴직거렸다. 다들 알고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여기서 내릴 거라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 중년의 남자는 어느새 일어나 밀착하는 행동에 동참하고 있었다.
남자는 신당역에 내려 어깨에 맨 가방을 추켜올리며 선뜻선뜻 걸어갔다. 조금 전에 잠든 모습이었던 것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2호선은 도리어 한산했다. 줄의자 앞으로 겨우 서너 명 정도의 승객들이 서있었다. 줄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앉은 모습도 여유 있어 보였다.
'여자가 여섯 명, 남자는 한 명뿐이네…'
어깨와 어깨가 바짝 붙지 않고 떨어지게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여자는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가방을 얹었다. 가방 위에 팔꿈치를 두고 두 손을 모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다른 여자 두세 사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6호선에서 봤던 움츠린 남자처럼 푸른색 파카를 입었는데 단추를 풀어헤친 상태였다. 목도리는 군청색 바탕의 흰색과 붉은색 등이 체크무늬로 조합된 예스러운 것이었다. 흰 머리칼은 질서 없이 이리저리 뭉쳐 뻗치었고 이마 위쪽에는 안경이 얹어져 있었다. 나안으로 휴대전화를 보는 눈동자가 두릿두릿 눈빛이 선명했다. 자리의 여유는 체력과 마음의 여력까지도 만들어 주는 모양이다.
지금 시간의 2호선은 정거장을 지나가도 붐비지 않았다.
'10분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잠실역에 도착했다. 평소 다니던 대로라면 승강장은 승객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출입구 좌우로 늘어서 있고 내린 사람들과 지나가려는 사람들이 서로 뒤섞이고 걸리적거렸을 것이다. 오늘은 계단으로 가는 길에도 계단을 오를 때에도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도시 속 출근시간의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변화는 커다랗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이리로 저리로 몰려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