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알려줬어, '직선은 없다'고

5월 6일 출근길

by 박유재

직선으로 달려가지 마라

아름다운 길에 직선은 없다

바람도 강물도 직선은 재앙이다

굽이굽이 돌아가기에

깊고 멀리 가는 강물이다


깊이 있는 생각

깊이 있는 마음

아름다운 것들은 다

유장하게 돌아가는 길


그렇게 빨리 어디로 가는 가

그렇게 앞서 어디로 가는 가

직선으로 달려가지 마라

우리 인생에는 직선이 없다


- '직선은 없다', 박노해


어제는 근로자의 날이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푹 잤다. 정오를 넘어서까지 달아나려는 잠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뒹굴뒹굴거렸다. 아내가 차려 준 밥을 먹고 텔레비전에서 OTT 영화를 하나 골라 보고 다시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두세 시간 정도 잔 건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아내의 밥 먹으란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저녁 여덟 시가 되었다.

온몸에 감각이 없다. 그나마 하나 있다면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뭉쳐서는 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멍 했다. 몸은 힘이 없어 처지고 흐느적거렸지만 몸 어딘가 응어리 진 곳도 없게 느껴졌다. 긴장이란 긴장은 모두 빠져나간 것 같고 살은 묽어지다 못해 투명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이만 하면 매우 사사롭기는 하지만 의미 있게 보낸 노동절이다.


오늘도 문자가 왔다. 아침마다 문자가 날아온다.

'이 사람도 참 대단하다.'

일 때문에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수 년째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 후로 만난 적도 없는데.

문자는 주로 인생을 논하는 내용이다. 행복을 얘기하고 처세를 알려 주고,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하게 하고 힘을 내라고 한다. 대부분 지워 버린다. 훑어보고 지우거나 그냥 지우거나 한다.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한 편 보냈다.

'노동절 다음 날 박노해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찬찬히 읽고 한번 더 읽고 SNS 창을 닫았다. 휴대전화에 남겨 놓게 되었다.


신당역 환승 통로를 걸어갔다. 나처럼 노동절을 보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축에 속했는데 어깨는 굽어 등은 둥그렇고 팔은 힘 없이 축 떨어뜨렸다. 어깨에 멘 가방도 허리춤에서 흔들거림 없이 주인한테 딱 붙어 있었다. 걸음은 질질 끄는 듯한 걸음새였는데 속도는 제법 있어서 뒤처지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 깨어나시지…'

2호선 잠실행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탁탁탁탁 앞에서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다 다다닥 잰걸음으로 뒤따라 내려오니 열차가 정차해 있었다.

서둘러 열차에 올랐다. 10-4번 출입구. 열차는 한산했다. 빈자리는 없었지만 객실 통로에 한두 사람, 출입구 가에 두세 사람만이 서있는 정도였다. 10번 차량에서 9번 차량으로 이어서 8번 차량으로 움직였다. 차량 사이에 문이 없어서 움직이기 수월했다.

열차가 출발했다. 뒤돌아보니 10번 차량, 열차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열차의 끝이 좌로 우로 슬며시 움직이며 따라왔다.

"이번 역은 상왕십리, 상왕십리역입니다."


열차는 정차 후 다시 출발했고 열차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크게 꺾였다. 10번 차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굴절했다. 손잡이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몸을 반대로 기울이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듯 보였다. 내 몸도 원심력에 밀려 다리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열차는 다시 곧아지고 다시 좌로 우로 꼬리를 흔들며 움직였다.

'혹시 박노해 시인도 이 장면을 본 것은 아닐까?'

허튼 생각이 잠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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