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출근길
나는 오른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닌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방에 책 하나, 이어폰, 필기도구 정도를 넣어 다니고 있다.
오늘은 전체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를 할 때면 페이퍼리스의 추세에 따라 종이 출력물을 사용하지 않고 태블릿 피씨를 이용하고 있다. 1킬로의 태블릿 피씨를 넣은 가방이 제법 무거웠다. 처음 멜 때에 묵직함이 느껴졌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깨 눌림이 심해졌다.
'왼쪽으로 바꿔 볼까…?'
평소에 오른쪽 어깨만 이용한다고 생각되어 왼쪽으로 가방을 바꿔 메었다. 어깨 끈의 눌림이나 엉덩이에 닿는 촉감이 어색했다. 무게를 이기려고 어깨가 자꾸 올라가고 유리창에 반사되는 기울어진 내 모습을 보게 되면 힘을 빼서 균형을 맞추기를 반복했다.
"터걱터걱 터걱터걱."
열차가 흔들리며 가방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움직였다. 어깨 끝에 매달린 느낌이 들면 어깨 끈을 잡아 들어 올리며 새로 메기도 했다.
'아니지…'
왼팔을 올려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이렇게 하면 가방이 미끄러질 일이 없다. 대신에 가방의 무게가 어깨의 오목한 곳에 집중되어 아팠다. 바로 손을 내렸다. 가방을 멜 때는 튼튼한 승모근이 필요하다.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켰다.
'이것도 오른손이네…'
나는 오른손으로만 휴대전화를 사용했었다. 왼손으로 바꿔 잡아 보았다. 왼손 손바닥 위에 휴대전화의 위치가 영 어색했다. 왼손 엄지손가락을 위아래로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적당한 위치로 휴대전화를 고쳐 잡았다.
내 휴대전화 화면에는 아이콘이 네 줄로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에서 세 번째 줄에 인터넷 아이콘이 있다. 아이콘 바로 위까지 엄지 손가락을 뻗었다. 손가락 첫째 마디가 바르르르 떨렸다.
'긴장을 풀고…'
아이콘을 두드렸다. '타, 다악' 리듬감 있게 두드리지 못했다. 다시 '타닥',
'성공이다!'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했다. 화면이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이번에는 화면이 왼쪽으로 넘어갔다.
'이런! 어렵네…'
다시 신경을 모아 천천히 스크롤을 했는데 역시나 화면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스크롤하고 다시 스크롤하고, … 올라갔다!
'에휴우우.'
엄지손가락 뿌리 부분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스크롤하고 또 스크롤하고, 올리고 올리고 반대로 내리고 내리고…
뉴스를 하나 열어서 대충 훑어봤다. 이제 나가야 한다. 오른쪽 맨 아래에 있는 'v'표시를 눌러야 한다. v표시 쪽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짧다!
'아쉽네… 어떻게 해야 하지?'
오른손을 이용해서 v를 눌러 버렸다. 휴대전화 조작을 왼손만으로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열차는 복잡했다. 객실 통로에는 승객들이 빼곡하니 두 줄로 줄지어 섰고 출입구 부근에도 이십여 명이 가득하니 서있었다. 사람들은 최소의 간격을 유지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열에 예닐곱 정도. 어느 손으로 휴대전화를 하는지 훑어봤다.
'오른손이 하나 두울 세엣, 왼손이 있네?'
의외로 왼손을 이용해서 휴대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네다섯에 한 명꼴로 보였으니까.
웹툰을 몰입해서 보는 한 사람은 왼손으로 하는 스크롤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언뜻 보았지만 화면을 좌우로 넘기기도 했다. 그러더니 오른손으로 바꾸었다. 오른손도 자연스러웠다. 웹툰을 보려는 강한 욕구가 양손잡이를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
또 한 사람이 왼손을 이용하고 있었다. 거리가 있어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왼손으로 창을 열고 스크롤하고 화면을 넘기고. 휴대전화는 손동작에 따라 흔들거리다가 고정되었다가 뒤로 기울었다가 원래대로 일어났다. 내가 어려워한 v표시를 누르는 방법을 볼 수 있었다!
'아하, 요렇게 살짝 뒤로 넘겼다가, 이렇게…'
따라 해 보았다. 요런 것이었군!
잠실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올라갔다. 오른손으로 지갑을 꺼내고 왼손으로 교통카드를 꺼냈다. 왼손으로 태그를 하려는 데 왼쪽 어깨에 멘 가방 때문에 단말기에 손이 닿지 않았다. 태그를 하려면 왼쪽 어깨를 내려야 하는데 가방이 떨어질까 조심스러웠다.
'어쩐다?'
카드를 오른손으로 바꿔 잡고 태그 했다. 번거로웠다.
새로움은 낯설고 불편함을 주지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익숙함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론 불균형과 비틀림을 가져온다. 이런 차이가 몸에만 해당될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