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아기들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눈동자 안에는 내가 그대로 비춰보이는데, 그 형체가 너무 분명해서 내가 언제 사람의 눈동자를 통해서 나를 바라봤던 적이 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누(구 뿌꾸)와 재재(구 뽀또)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다. 70일 정도 된 누누와 재재는 벌써 몸무게가 5kg 이 훌쩍 넘었고, 어느정도 수면텀이 잡히면서 야간에는 최대 한 번의 수유만 해주면 오후 7시~ 오전 7시 까지는 잘 자주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누누는 밤에 자주 깬다. 양반처럼 울며 깨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깬다. 이게 참 골치 아픈게, 덕분에 옆에서 자던 재재도 팔다리를 휘적대기 시작하니, 수면 교육이랍시고 조금 울게 내비뒀다가는 두 아기를 동시에 다시 재워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울음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꽤나 많은 시도를 했다. 우는 누누를 들어서 조금 둥가둥가를 해주면 다시 잠이 드는데, 이 때 아기를 다시 침대에 눕히려고 누누의 등을 이불에 대는 순간! 누누는 바로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짜증내면서 울기 시작한다. 까는 이불이 너무 찬 재질이라 그런가.. 해서 쿨감이 없는 이불로 바꿔봐도 소용이 없었다. 이건 탈락.
아기들 방이 너무 더워서 그럴까? 아기들 방에는 에어컨이 따로 없어서 생각보다 온도를 낮추기 쉽지 않다. 거실의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아기들 방에 선풍기를 돌려야 그나마 1~2도를 더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효과는 없다. 이것도 탈락.
아니면 너무 건조해서?? 평소에 습도를 크게 신경을 안쓰긴 했다. 아기들 방에 큰 가습기를 두고 습도를 50~55 정도로 신경써서 맞춰주었다. 하지만 역시 효과는 미미했다! 요것도 탈락.
그것도 아니면 팔다리를 봉인해볼까? 좁쌀 이불로 누누의 팔다리를 봉인해봤다. 효과가 조금 있는 듯 하다가 결국 이것도 아닌 것 같다. 결국 새벽에 또 소리를 지르며 좁쌀 이불 바깥으로 팔을 휘적대고 있다. 누누의 힘이 이만큼 강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시간이었다. (또 졌어??)
이래저래 골머리를 썩히던 중, 일단 소리를 지를 때 안아서 달래지 않기로 했다. 우는 아기를 옆으로 눕히고 입에는 쪽쪽이를 물리고 등을 토닥였다. 오!? 효과가 굉장한 듯하다. 생각보다 진정을 잘하는 누누. 누누를 옆으로 눕히고 등에 긴고 얇은 목배게, 앞으로 넘어가지 말라고 배에는 수건을 가제 손수건으로 싼 임시 배게를 대고 전체를 좁쌀 배게로 덮어주었다. 실제로 이렇게 옆으로 눕혀 자니 밤에 거의 깨지 않는다. 물론 발버둥 치면서 이 모든 세팅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바닥에 등을 대면 한 번 씩 깨긴 하지만, 이 정도면 누누에 대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자부할 수 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사경'과 '사두', 그리고 영유아 돌연사다. 사경은 아기의 머리가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고, 사두는 아기의 어리가 비대칭이 되는 것이다. 영유아 돌연사는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 앞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배 쪽에도 배게를 대주고 있다. 지금은 밤잠을 재울 때 일단 땅에 등을 댄 채로 재우고(잠은 또 잘든다.) 도중에 소리를 지르며 깨면 하루마다 좌우 번갈아가며 옆으로 눕혀 재우고 있다.
누누와 반대로 재재는 밤잠을 굉장히 잘 자는 편이다. 누누가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재재는 왠만하면 깨지 않는다. 물론 한 두 번씩 깨긴 하지만 굉장히 신사처럼 찡찡대는 편이고 쪽쪽이만 물려주면 거의 바로 진정하고 다시 잠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있다. 바로 쪽쪽이. 재재는 누누보다 쪽쪽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쪽쪽이를 물고 자다가 쪽쪽이를 입에서 툭 떨어뜨리면 여지없이 팔다리를 버둥대며 조용히 찡찡댄다. 가만히 냅둬도 그대로 그치는 경우는 아직 잘 없다. 그럼 아빠는 여지없이 쪽쪽이 셔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또 각 아기 당 3~5번 씩 케어를 하는 야간조를 보내고 있으면 아빠도 인간인지라 짜증이 밀려온다. 어느날은 안자고 찡찡대는 아기들에게 조금 짜증섞인 말투와 행동을 보였는데, 아침~오후 잠을 자고 일어난 나를 아기들이 빤히 쳐다보며, 빵실빵실 웃어준다. 요즘 특히 빵실한 웃음을 많이 지어주는데, 그 맑은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조금 한심해 보였고 현타가 세게 와버렸다. 아빠가 어젯밤엔 짜증내서 많이 미안하단다. 아빠는 너희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 크게 성장해야겠구나.
누누재재 덕분에 아빠는 뇌과학 관련 책을 보고 있다. 영유아기의 뇌 발달에 관련된 책인데, 왜 아기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기들을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아기들은 보통 3세 이전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를 '유아 기억상실증' 이라고 한다. 사실 아기 때의 경험은 뇌 어딘가에 정보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발달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그 경험은 몸으로 '체득'되어 있다는 내용이 있다. 누누재재도 짜증내는 아빠의 말투와 행동, 표정을 체득하기 전에 함께 빵실빵실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겠다.
누누재재가 아빠를 맑은 눈으로 비춰줬던 것처럼, 아빠도 누누재재를 맑은 눈으로 비출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많이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