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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순서를 기다리며 오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

by 마당넓은


연일 영하의 기온으로 제대로
겨울이었는데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었다.

어제저녁 산책길 바람은 달랐다.
방천둑 흙길에 맨발로
걸으시는 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발끝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이었을까?
봄 내음이 실린 바람 때문
이었을까?


저녁 하늘 사이로 말려들어가는
구름 속에 봄이 보일 듯 말 듯했고
군데군데 얼었던 강물은
가장자리만 남겨놓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만 보이고 있다.


통통하게 물이 오른 벚나무 가지
끝에 꽃망울들이 곧 다가올 봄꽃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유독 눈에 띄는 벚나무 한 그루
작년에도 홀로 먼저 만개를 하여
오고 가는 사람들 눈길을 받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꽃망울이 유난히

큼지막하다.
곧 있으면 뭇시선을 즐기며
아름다운 꽃으로 뽐내겠지


산수유나무, 벚나무, 목련이

줄지어 가로수처럼 늘어져 있는

그곳이 생각났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집 나오면
매일 산책하든 그 길.

그 길은 텃밭을 갈 때면 꼭
지나쳐야 했고 도서관을 가려면
일부러 돌아서 갔던 예쁜 그 길도
겨울을 밀어내고

봄은 마중을 나왔을 텐데.

텃밭에도 냉이가 제법 올라왔겠지
오늘은 봄 마중을 제대로
해봐야겠다.
봄처녀 바람난 것 마냥 또 바빠진다.

길에서 봄을 만나고, 바람에 실린
봄도, 먼 산에 피어오르는 봄을
바라보면서
바구니에 봄을 한 아름 캐어서
저녁 밥상에 봄을 차려내면
봄 내음 가득한 식탁에 피어나는
웃음소리에 벌써 난 웃고 있었다.

해마다 오는 봄인데 처음 만나는
봄인 양 생각만으로도
구석구석 데워지는 온기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원히 지속되는 겨울은 없고
차례를 건너뛰는 봄도 없다"

(할 볼랜드)


이렇게 봄은 순서를 기다려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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