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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May 23. 2024

가을에 핀 개나리


다 이룬 사랑이 있는 사람은 시인이 되고, 그가 숨겨둔 메모지는 시가 된다.


덩굴장미가 늘어진 담벼락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려본 소녀는 자라서 반드시 시인이 된다.


자전거를 타고 그녀의 집 앞을 맴돌아본 소년도 훗날 시인이 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아파도 아프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시인이 된다.  


홀로 남겨진 들판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정처 없이 터벅터벅 걸어본 사람은 시인이 되고, 그가 남긴 발자국은 글로 바꿀 필요 없이 이미 시가 되어 있다.


거절당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시인이 된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으로 지우려 해도 카페 문 앞에서 다시 생각나는 추억은  언젠가는 시가 된다.


봄을 넘겨 가을에 피는 개나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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