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서 한창 정리 열풍이 불던 때였다.
우연히 집안 정리를 도와주는 TV 프로그램을 친구와 함께 보게 되었다. 지저분했던 집 정리가 끝나고 나서 신청자가 깨끗해진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는 펑펑 울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로서는 알듯 말 듯 한 분위기였지만 같이 보던 친구는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정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감동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궁금했다.
‘정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물건을 비운다고 해서 내 삶이 진짜 달라질까?’
지긋지긋한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해보자고 마음먹었을 즘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아는 노력은 다해봤고, 더 이상의 노력은 내가 갖은 생각 이상의 것이어야 했다.
그러고는 우연히 알게 된
비우면 삶이 가벼워진다는, '심플하게 살기‘를 실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부터였다.
버릴 물건을 고르기 위해 내가 앉아있는 주변을 둘러봤다. 작년 겨울에 사용한 듯한 가습기와 토스트기, 향이 다 날아가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디퓨져가 눈에 뜨였다.
그리고 열어 본 옷장 안에는 기억에도 없는 옷들과 소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신발장에는 젊은 시절에 신었던 힐, 부츠가 그대로 있고, 작은방에는 아이 장난감과 가득 찬 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버리려고 결정한 물건에 시선이 멈추니,
나의 머릿속 7살 수다쟁이‘에고’(ego)가 그 물건에 담긴 스토리를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신발장 속 부츠는 ‘수제 신발이라 비싸게 주고 산 것인데 버릴 수 없지..’. 일단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 다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신을 수 있겠어?’ ‘좋은 시절 다 끝났네’라며, 의미 없는 말을 연이어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이거구나.
안 그래도 시끄러운 머릿속에, 물건까지 많아지면 육만 가지.. 아니 팔만 가지 생각에 휘둘릴지 모를 일이다.
갖은 물건이라도 심플하게 유지한다면, 적어도 물건에 담긴 생각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우울증, 공황장애 극복 스토리가 시작된다.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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