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D-28] 2.설레지 않는건 버리기

D-28. 나 빼고 다 버려?

-설레지 않는건 버리기

새로 태어나기 위해 비움을 시작했다.

물건에 담긴 지난 과거 생각에 얽매어 나의 소중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갖은 물건 중 가장 많은 옷부터 버리기로 했다.

옷은 사계절용이 있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에 자리도 많이 차지했다. 옷장에서 2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을 꺼냈더니 옷의 절반은 됐다. 얍삽빠른 ‘에고’(ego)‘는 ’그렇다고 다 버려? 도대체 뭘 입으려고 하는데?’라고 잔소리를 시작한다.

잠시 멈칫 했지만 아깝다고 버리지 못한다면 과거가 다시 되풀이될 것 같아 모두 꺼냈다.

식탁 높이까지 쌓인 옷을 재활용에 한차례 갖어다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버릴 옷들이 한가득 더 있었다. 그리고 후회하게 될 것 같아  입지 않는데도 꺼내지 못한 옷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꺼내지 않게 되면 그때 버려도 되니 한곳에 모아 두었다.

가장 욕심껏 사 모은 것은 책이었다. 그런데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은 20권 내외였고 나머지는 장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일부는 중고 서점에 팔았고 앞으로는 구매 대신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 장난감은 아이가 원하는 것만 남겨 두고 나눔도 하고 당근에 팔기도 했다. 나와 아이의 물건은 이래저래 비워가고 있었으나, 버리기에 인색한 남편을 설득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70년대 카세트테이프까지 갖고 있는 추억 수집가인 남편은, 행복한 추억 속에 살고 있기에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버리는 물건을 선택할 때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말한 정리 정돈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의 말을 가이드 삼았다.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버리는 순서’는, 물건을 남길지 버릴지 판단하기에 좋았다. 유형이 확실한 물건부터 정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정리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정리의 힘]에서 말한다.

버리기의 마지막은 '감사하고 버리기'였다. 

버리는 물건을 ‘감사’하며 버려야 감사할 일 되돌아온다고 하는데, 그 말뜻을 이해하기는 쉽지는 않았다.

그저 버리기 전에 ‘그동안 함께해 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렸다.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물건은 거의 버렸다.

물건을 많이 버려 허전한 마음도 들었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집안 구석구석에 깨끗하게 드러난 빈 공간을 보니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

정리의 힘저자곤도 마리에  / 출판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