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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May 24. 2024

[우울증 극복 D-28] 1. 심플한 인생


D-28- 나 빼고 다 버려?

-심플한 인생


매스컴에서 한창 정리 열풍이 불던 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집안 정리를 도와주는 TV 프로그램을 친구와 함께 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신청자가 깨끗해진 자신의 집을 둘러보고는 펑펑 울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나로서는 알듯 말 듯 한 분위기였지만 같이 보던 친구는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정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감동의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정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히 물건을 비운다고 해서 내 삶이 진짜 달라질까?’


지긋지긋한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해보자고 마음먹었을 즘이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아는 노력은 다해봤고, 더 이상의 노력은 내가 갖은 생각 이상의 것이어야 했다.

그러고는 우연히 알게 된

‘비우면 삶이 가벼워진다는, 심플하게 살기‘를 실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부터였다. 

버릴 물건을 고르기 위해 내가 앉아있는 주변을 둘러봤다. 작년 겨울에 사용한 듯한 가습기와 토스트기, 향이 다 날아가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디퓨져가 눈에 뜨였다.


그리고 열어 본 옷장 안에는 기억에도 없는 옷들과 소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신발장에는 젊은 시절에 신었던 힐, 부츠가 그대로 있고, 작은방에는 아이 장난감과 가득 찬 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버리려고 하는 물건에 시선이 멈추니,

나의 머릿속 7살 수다쟁이‘에고’(ego)가 그 물건에 담긴 스토리를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신발장 속 부츠는 ‘수제 신발이라 비싸게 주고 산 것인데 버릴 수 없지..’. 일단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 다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신을 수 있겠어?’ ‘좋은 시절 다 끝났네’라며,  의미 없는 말을 연이어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머릿속에, 물건까지 많아지면 육만 가지.. 아니 팔만 가지 생각에 휘둘릴지 모를 일이다.

갖은 물건이라도 심플하게 유지한다면, 적어도 물건에 담긴 생각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우울증, 공황장애 극복 스토리가 시작됐다.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곧 새로운 불행을 짊어지는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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