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원더(wonder)
나는야 헤르미온느,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동료 교사로부터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교사로서 팍팍한 일상을 지내면서 영화나 뮤지컬, 전시, 콘서트 등을 챙긴다. 수업할 때 아이들에게도 종종 이야기한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생명과학 수업이 너희 진로에 영향을 주는 건 맞지만 너희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학창 시절에 보게 되는 영화 한 편, 드라마 하나가 너희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 좋아하는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이야기를 해줄게."라고...
내 학창 시절 드라마 카이스트를 보면서 물리도 싫어하는 내가 카이스트 가서 로봇 축구 해볼까 생각을 했고, 그래서 그 당시 포항공대에서 학생들에게 보내주는 잡지도 신청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ㅋㅋㅋ 그리고 의학 드라마를 보면 의사를 해볼까, 이과 학생이었지만 법정 드라마를 보면 법학과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이러면서 어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의 진로를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중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던 건 꾸준하게 생물 선생님이었으므로 생물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지만...
하지만 꾸준히 라디오 디제이나 뮤지컬 배우 등등 내가 가지 않은 또는 가지 못한 그래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길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면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편이고, 내가 가진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았던 영화나 전시, 뮤지컬 등은 동료 교사나 아이들에게 공유하는 편이다. 그래서 영화 리뷰라기보다는 내가 좋았던 영화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적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추진력이 좋은 나는 <정생물의 영화로운 덕후생활>을 또 시작해 본다.
나는 시놉시스를 읽어보고, 끌리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관은 해운대에 있는 영화의 전당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평소에는 대중 영화도 상영하지만 다른 영화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다. 요즘 영화 한 번 보려면 비싼 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조조 영화를 5,000원에 볼 수 있고, 조조가 아닌 모든 영화는 평일과 주말에 관계없이 8,000원에 볼 수 있다. 예매권을 구입해서 관람하면 7,000원에 볼 수 있어서 나는 예매권을 10장 단위로 구매해 놓고 사용한다.
영화의 전당의 장점은 또 있는데 그건 바로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야 영화관에 불을 켜준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을 켜주는 다른 영화관에서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이 영화의 쿠키 영상이 있을까 이런 검색을 해보고, 없을 때는 빨리 일어나고 쿠키 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청소하러 들어오신 분들의 눈치를 보면서 끝까지 앉아 있게 되는데 영화의 전당에서는 엔딩크레딧이 아무리 길어도 다 끝나면 불을 켜주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내가 즐겼던 영화에 대해서 오롯이 느끼고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시놉시스를 보고 끌려서 선택한 영화 원더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해보려고 한다.
< 시놉시스 >
누구보다 위트 있고 호기심 많은 매력 부자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하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어기'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 왔지만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누나 ‘비아'도 ‘어기'의 첫걸음을 응원해 준다. 그렇게 가족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기'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지만 첫날부터 ‘남다른 외모'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사람들의 시선에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어기'는 27번의 성형(?) 수술을 견뎌낸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변하기 시작하는데...
Be kind for everyone is fighting a hard battle. Be kind.
영화 원더에 나오는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이 대사를 나는 참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말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누구의 아픔도 내 손톱 밑에 가시보다 아플 수는 없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고 있더라도 당장 내 손톱 밑 부분이 가시에 찔려서 아픈 상황, 나의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나는 본인이 선택하지 않았고, 어떤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모적 특징이나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다. 예를 들어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이들,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들, 의료사고로 실명에 처한 사람 등등 누구 하나 그렇게 태어나고 싶었을 리 없고, 누구 하나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떤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힘든 일을 많이 겪게 될지 감히 가늠하기도 어렵다.
원더에는 남들과는 다른 외모로 태어난 아이 어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기와 그의 엄마, 아빠, 누나 - 어기 가족을 중심으로 어기가 학교를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온다. 가족이 기적이라고 믿는 아이, 교사를 하면서 느끼지만 가정에서 지지를 받는 아이는 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더라도 잘 이겨낸다. 어기 역시 좋은 가정에서 자라면서 학교에 가게 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책 류시화 님의 '시로 납치하다'에서 읽은 글이 있다. 에린 헨슨의 더 푸른 풀이라는 시가 소개되고,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의 풀이 푸르다고 해서 그 집 정원은 언제나 화창할 것이라고, 흐린 날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해선 안된다. 당신 역시 종종 눈물로 베개를 적시면서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지 않는가? 자신의 인생이 더는 자신의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용기를 내어 세상에 손을 내밀지 않는가? 절망에 빠지거나 풀이 죽으면 밝게 색을 칠해서라도... 그래서 당신의 날들은 매일 화창하고 당신의 풀이 자신들의 풀보다 더 푸르다고 사람들은 믿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런 고민이 없는 사람들처럼 해맑게 보여도 우리는 누구나 다 자신만의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살아간다. 진학 지도 등을 할 때 나는 항상 이 대사를 떠올린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나도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팩폭 많이 했었는데 이 영화를 본 이후로는 친절하게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정생물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