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기다릴게

애니메이션_시간을 달리는 소녀

< 시놉시스 >

저 마코토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어요. 타임리프라고 하는 능력이죠. 어느 날 우연히 그 능력을 가지게 됐어요. 카즈야 이모 말에 따르면 내 또래 여학생들에게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더군요. 아무튼 그 능력 덕택에 학교 성적도 좋아지고, 지각도 안 하고 잦은 실수도 훨씬 줄어들었어요. 세상만사가 다 내 손안에 있는 느낌이었죠. 친한 친구인 고스케와 치아키도 저의 변화가 싫지 않은 것 같아요. 매일 셋이서 야구놀이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느닷없이 치아키가 저에게 고백을 하는 거예요. "마코토, 나랑 사귀지 않을래?"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던 녀석인데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어떻게든 그 고백을 없애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 결국은 그 고백을 듣지 않게 되었어요.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일이 점점 꼬여만 가요. 친구인 유리와 치아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걸 지켜보려니 마음만 씁쓸하고, 고스케를 짝사랑하고 있던 후배 여학생의 고민상담까지 받은 저는 어떻게서든 두 사람을 이어 주기 위해 과거에서 현재로 몇 번을 오갔는지 몰라요. 게다가 제가 당할 뻔한 사고를 대신 고스케가 당하는 불상사까지… 타임리프로 사람의 마음을 내 멋대로 바꾼 벌을 받고 있나 봐요. 전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게 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누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뭐냐고 물어보면 TOP5 안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마코토는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처음에는 횟수에 제한이 있는지 모르고, 아무 때나 시간을 되돌린다.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 내가 제일 공감했던 부분은 노래방에서 치아키랑 고스케랑 놀다가 시간이 너무 빨리 끝나는 바람에 몇 번의 시간을 되돌려서 실컷 노래를 부르고 목이 쉬어서 집에 가는 장면 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이 애니는 여고생 필수 관람 애니라고 강추하는데 진짜 여고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봐야 하는,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면 좋을 것 같은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친한 친구 세 명의 관계가 평생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마코토처럼 나도 그랬다.

정생물이 대학생이던 그 시절 인생 네 컷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하며 친했던 우리는 애림이가 서울로 대학을 가고 난 후에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매년 추석과 설날에는 나름 꼬박꼬박 만났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엄마가 된 애림이랑 지은이... 부산에 내려와도 만나지 못하고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림이랑 지은이를 만날 때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항상 거의 생각났다. 거기서 나왔던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대사... "시간이 흘러도 우리 셋은 항상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어." 우리가 처음 만난 지는 20년이 넘었고, 스티커사진 꾸밀 때 썼던 "Fighting" - 저 글씨체는 지금 봐도 딱 내가 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가 되고 나서 판서를 하면서도 거의 바뀌지 않은 내 글씨체처럼 뭔가 그때보다 성숙한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뭐 20년 동안 뭐 했나 싶을 정도로 바뀌지 않은 것이 많다.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달라지고, 그렇게 관계 또한 달라진다는 것! 이젠 나도 안다. 강세형 작가의 책에서 읽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지금과 같은 관계로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 맞다.'는 글이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했었다. 비록 언젠가부터 거의 만나지도 않고, 카톡으로 하는 연락도 뜸해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우리 우정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초상권이 있는데 내 맘대로 20년 전 사진 올려서 미안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