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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Jun 05. 2024

스승님과 함께 오지 못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못 왔어요

영화_다시 태어나도 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 내가 진짜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로 영화관에서 보고 오열했던 기억 ㅠㅠ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앙뚜라는 이름의 동자승과 시골 의사이자 승려인 우르갼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담은 실화이다. 운명처럼 앙뚜의 교육을 맡게 된 노승 우르갼은 의사 일까지 그만두고 어린 린포체를 보살피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린포체(Rinpoche)란?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 살아있는 부처로 불린다. 앙뚜에게 밥을 해 먹이고 옷을 입히는 부모 역할뿐 아니라 매일 밤 경전을 가르치는 스승의 일까지 우르갼은 혼자 다 해낸다. 축구공을 무서워하는 앙뚜를 위해 둘이 산비탈에서 축구 연습까지 한다.


앙뚜는 전생에 티베트의 캄 지방에 있는 사원의 고승이었으나 이번 생에는 인도의 라다크에서 환생했다. 이것이 앙뚜에게는 문제가 된다. 린포체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되면 환생 전 지냈던 사원의 제자들이 그를 모시러 와야 하는데 티베트를 침략한 중국에 의해 국경이 막히는 바람에 찾아오는 제자가 아무도 없다. 전생의 사원을 찾지 못한 앙뚜는 결국 지내고 있던 사원에서 쫓겨나게 되고 주위 사람들은 가짜 린포체라고 수군거린다.


마침내 두 사람은 눈보라 속을 걷고 북인도 대륙을 횡단해 전생의 사원과 제자들을 찾아 티베트 국경으로 향한다. 그리고 국경 부근의 한 사원에서 린포체 교육을 받게 된 앙뚜는 스승 우르갼과 헤어진다. 앙뚜의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이별이다. 헤어지면서 앙뚜는 우르갼에게 말한다. 다시 만나면 그때는 자신이 늙은 우르갼을 모시겠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yIvMa8Fhb4M


위의 미리 보기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에는 눈이 쌓여있는 풍경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만든 문창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두 사람이 셀 수 없이 자주 눈싸움을 했어요. 그런데 앙뚜가 모르는 게 있어요. 라다크의 눈은 잘 안 뭉쳐져요. 앙뚜는 대충 집어서 던지는데, 우르갼은 맨손으로 꽁꽁 뭉쳐서 앙뚜 곁으로 부서지지 않게 살짝 던져 놔요. 그러면 앙뚜는 스승이 자신을 못 맞힌 걸로 착각하고, 그걸 주워서 다시 던지죠. 나중에 촬영본을 보다 이걸 발견하고 한참 울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또 얼마나 울었는지 ㅠㅠ


누구라도 '다시 태어나도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속 대사를 정리해서 적어본다. 이 글을 쓰면서도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나서 여러 번 눈물을 닦았다. ㅠㅠ


앙뚜 : 스승님과 함께 오지 못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우르갼 : 당신을 돕는 게 제 삶이죠.

앙뚜 : 스승님과 있으면 늘 좋았어요.

우르갼 : 그럼 계속 모셔야겠네요.

앙뚜 : 고마워요.

우르갼 : 그게 제가 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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