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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리 Jul 14. 2024

같은 세상, 다른 가치

서로가 진 무게


우리는 너무 먼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온기를 나누면서도 우리는 참 다른 곳에 서 있구나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부터, 맞닥뜨린 문제까지 모든 것들이 다르니 같은 언어로 말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오답노트가 있다. 인류는 그런 식으로 발전해 왔다. 앞선 실수를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부모는 자신의 인생이 담긴 오답노트를 자녀가 슬기롭게 잘 활용하길 바랄 것이다.


나를 닮은 너는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땀눈물이 섞인 오답노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자녀들이 답답할 만하다. 그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 어리고 당돌한 자식은 이 문제가 나에게 어째서 중요하느냐고 근본적인 회의감이 섞인 질문을 던지기까지 한다. 게으른 것인지 천진난만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일 것이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으나 나의 경우는 둘 다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청개구리 기질을 지닌 영향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오로지 그런 것뿐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서서히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저상장을 맞이하였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삶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어느새 알 수 없이 모호해졌다.


실제로 나는 내 가족을 꾸려나가는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것들이 수월하고도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내 아이. 내 가정. 한없이 낯선 말들을 입으로 굴려보자면 씁쓸한 현실이 와닿기도 한다.


그만큼 부모 세대가 풀었던 문제와 자식 세대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기준이 달라졌고, 배점도 달라졌으며, 풀이방식 또한 천차만별이 되었다.


오히려 부모 세대에 문제라고 여기 지도 않았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생사를 가로지을 정도의 무게로 찾아오기도 한다.


선대를 공경하고 따르는 문화는 인류가 더욱 발전하고 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일조해 왔다. 그들이 지닌 오답노트는 자연의 산물을 담아 명확한 불변의 진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들은 언제든 인류의 손을 벗어나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스노우볼이다. 과거의 기록은 진리가 아닌 예측의 자료가 되었다.


물론 그 가치를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나, 그 가치가 현재도 여전히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맞지 않다.


우리는 지금껏 와본 적 없고 앞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선대는 이 길이 이미 지나왔던 길이라고, 이것은 위기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는 부정하고 싶다.


우리 세대가 지닌 중대한 위기나 문제를, 단순히 겉치레만 그럴듯한 정책들이 아니라 조금 더 실제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주길 바란다.


더불어 20대뿐만 아니라, 아직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분명히 이 땅에 살아갈 미래 세대를 생각해길 바란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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