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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ook H Aug 14. 2024

때론 힘들기도 해.

나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해.

아이를 키우면서 나에 대해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아이가 튀는 행동을 보이면 제지하거나 다독여 주거나 엄마가 녀석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오전부터 미술거래 플랫폼과의 연락으로 몇 시간 동안 메일을 주고받고 보낼 자료 수정하고 또 보내고, 문의 걸고, 그러길 한참...


아침밥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엄마가 기다려 달라는 말에 녀석은 엄마 옆에서 예쁘게도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녀석은 아침을 지나 오후 1시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녀석에게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근처 돈가스집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 유일한, 연예인이 운영하는 맛집이다.


예쁜 이연수 씨는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다.

그런 언니의 모습에 안 반할 리가 없는 딸아이는 탤런트 언니네 가서 돈가스 먹잖말에 좋아했다.


녀석에게 미안하다 연거푸 사과하며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어서 가자 서둘러 나갔는데 이런....

오늘이 휴일인가 보다.


주하야 우리 뭐 먹을까란 질문에 녀석은 칼국수를 검색해 본다. 그리곤 여기 있다며 태블릿을 엄마 얼굴에 들이밀며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명동 칼국수 000-000-0000>


"주하야, 검색할 땐 동네 이름을 같이 쳐야지."


"우리가 가려는 동네가 어디야? 00면이지?

그럼 00면 칼국수 쳐봐."


"어, 나왔다."


"ㅋ, 그래 그렇게...."


우린 해물칼국수집으로 유명한 식당을 향해 차를 돌렸다.  한데 역시나 이곳도 문을 닫았다.

수요일에 쉬는 집이 많다걸 새삼 느끼며....


뭘 먹을까 다시 고민하던 차에 중국집이 보였다.


"주하야, 짜장면 먹을래?"

"응. 좋아."


그리하여 들어간 중식집은....  더웠다.ㅜㅜ


에어컨이 망가졌는지 가동은 커녕 선풍기 두 대 있는 거 한 대는 주방에서 열심히 열을 가하며 요리하는 요리사분들 차지가 되어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서빙하는 종업원 한분이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선풍기 앞에서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시골이기에 모든 게 가능했고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 그러려니 이해하며 뜨거운 짬뽕을 후르륵후르륵 입으로 삼키자니 이마에서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급기야 줄줄 흐르기까지 했다.


엄만 식사시간이 곤욕이었는데 반해 우리 식탐쟁이 딸아이는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맛나게도 먹었다.


'됐다. 네가 맛나게 먹었으니 돈과 시간이 아깝진 않네.'


식탐이 많은 병을 가지고 있는 딸아이지만 그 식탐이 감사할 때도 많았다.  신생아 때부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많아 열을 달고 살았던 아이였다.  그때마다 먹는 건 어찌나 야무지게 잘 먹던지. 하루는 병원에서 아이가 잘 먹어 회복력이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인생은 새옹지마란 말을 실감하며 살았다.


녀석의 너무나 왕성한 식욕으로 그 많은 양의 콩국수를 다 흡입했기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엄만 고민을 한다.


'먹고 있는 콩국수를 스톱시킬까. 국물만이라도 안 먹으면 녀석이 그리 배부르진 않을 텐데.... '


그럼 녀석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가 없기에 커피 먹으려는 엄마의 잘못이 콩국물을 다 먹었기에 너 때문에 커피를 못 마신다 너의 잘못으로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될까 조용히 꾹 삼킨다.


그리고 녀석은 언제 챙겨 왔는지 집에서 1회용 소스통을 가져와 콩국물을 조금 덜어내어 보인다.


"언제 가져왔어?"

"응, 지미 줄 거야."


콩국물 한 방울까지 놓칠세라 야무지게도 싹싹 핥아대는 녀석을 기다렸다가 차에 올라 카페로 향했다.  매일 카페에 가면 칼로리 높은 아이스크림이나 셰이크를 좋아하는 녀석이기에 그것만 피해도 되겠다 싶어 녀석에게 네가 지금 배가 부르니 아이스티를 먹어라 했다.


녀석은 착하게도 "네."라고 답한다.


예쁜 딸아이와 그렇게 카페로 들어갔고 오래전부터 단골로 다녔던 곳이라 이곳 또한 익숙한 카페였다.

오늘 카페 주방에 자리한 아르바이트생 언니들은 뉴페이스였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고 기다리자니 녀석이 카페를 둘러보는 모습에 여기서 먹고 갈까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러자."


언니에게 먹고 가겠다 말하고 테이크아웃잔에서 유리컵으로 변경,  차시동을 끄고 올 테니 녀석보고 앉아있으라 했다.


그렇게 후다닥 갔다 온 엄만 녀석이 또 언니들에게 붙어선 뜬금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언니, 고양이 있어요.

2마리 3마리 있어요.

고양이 있어요?"


그럼 언니들은 그런 녀석을 이해하고 웃으며 받아준다.


그렇게 녀석의 대화를 마무리 시키고 테이블 자리로 데리고 왔는데 녀석이 앉을 생각 않는다.

녀석은 공이 튕겨나가듯 다시 언니들에게 가선 <언니 이뻐요.>한다.


언니들이 한가한 시간이면 엄마가 안 미안하겠는데 손님들 바글바글한 시간이라 음료 만들어내는데 정신없는 와중에 그러니 살짝 낯이 뜨거웠다.


녀석의 어깨를 감싸 안아선 자리로 데리고 와 앉는데 새삼 우리 주하가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우리 주하도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에 살짝 우울감이 찾아들었다. 어릴 땐 참 귀여웠는데 우리 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퇴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마침 신랑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오전부터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입에서 줄줄이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고 딸아이는 옆에서 엄마가 통화하니 자기도 큰소리 내어 뭐라 뭐라 엄마에게 질세라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조용히 했으면.......


엄마도 신나게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길 해대었으면서 녀석의 튀는 목소리에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준다.


'아. 엄마가 또 잘못했구나... 조용히 할걸....'


주하 앞에서 튀는 행동을 보이면 녀석은 몇십 배로 더 튀어올라 엄마에게 질세라 말을 더 많이 하곤 한다.  해서 주하를 낳고부터 사람들을 멀리하게 된 이유도 그중 하나다.  한데 오늘은 그냥 그런 녀석 보고 있자니 마음은 짠한데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아무렇지 않다 나 스스로 그리 위안을 주고 싶었다. 해서 남편과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넋두리로 오랜 시간 통화를 했고 남편의 반응은.... 왜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로 오랜 시간 통화를 하는 걸까란 분위기였다.


그렇게 싸해진 분위기로 전화를 끊고 나니 카페 안에서 통화 중이었던 나 자신이 창피했다.

난 뭘 보여주려고 사람 많은 곳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했을까.


주하에게 가자 하고 뒷정리를 하고 따가운 뒤통수를 느끼며 카페를 빠져나왔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오는데 그런 기분으로 이어가고 싶지 않아 다시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애써 밝은 척을 해 보인다.


역시나 썰렁.....


늘 그랬던 것 같다.

밖에 나와서 신랑과 이야기를 할 때면 신랑의 반응은 늘 차가웠다.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냐오냐하며 그런 너의 투정을 받아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생각해 보니 결혼해서 한 번도 그런 상대가 없었다.


다정함이 있는 신랑이었지만 내 넋두리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늘도 나는 나의 행동이 경솔하고 가벼웠다 자책하며 그렇게 또 한 번 자존감이 한 계단 밑으로 내려간다.


'어떻게 사람이 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싶은데로 살까. 네가 잘못한 거야....'


그리 마무리하며 오늘도 씁쓸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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